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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최악의 한일관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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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23 18:15:52  |  수정 2019-08-23 19:02:27
"지소미아 종료, 우리 카드만 버린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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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최악의 한일관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를 발표한 것에 대해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우리가 아베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일본이 한국정보를 통해 안보적 이익을 얻는 게 별로 없어 일본에 아픔을 주지도 못하면서 우리의 카드만 버린 조치라고 아쉬워했다.

이 교수는 23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 ‘최악의 한일관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시스템의 틀로서 기능했는데 사실상 이 시스템 와해의 초래가 불가피해졌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한·미·일 안보 공조가 북·중·러 안보 공조 틀로 갈아 타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 아니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태의 국면전환용 아니냐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일본의 핵심 반도체 소재 및 부품의 대한수출규제로 악화된 한일관계는 우리 대법원의 징용 재판 결과에 대한 처리 방안이 너무 늦고 미흡했다는 데서 비롯됐기 때문에 징용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집중하는 것이 한일관계를 푸는 열쇠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일 양국이 공동제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ICJ에 공동 제소하기로 양국이 합의한다면 최종적인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3-4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결과도 피해자의 구제 여부 및 방법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ICJ에 회부하는 사법적 해결을 꾀할 경우 역설적으로 협상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다른 대안으로 우리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일본에게는 사죄, 반성의 자세를 촉구하되 물질적 차원의 대일 배상요구  포기를 선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방식은 중국의 대일 전후처리 외교 방식으로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일외교 방침으로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일체의 과거사와 관련한 금전 요구를 포기하는 대신 피해자의 구제는 국내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도덕적 우위에 선 대일외교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이날 이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한일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다. 아베 정부는 7월 4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작에 핵심소재로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한 데 이어 8월 2일에는 무역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1100여 종의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엄밀히 말해 ‘금수 조치’는 아니나 일 정부가 대한국 수출품목과 수량을 통제할 칼자루 쥐겠다는 것이다. 
 
◇日 수출규제 논리, 궤변에 불과

아베 정부는 경제보복이라는 용어는 극구 회피하면서 ‘신뢰 관계의 훼손’을 이유로 수출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전략 물자의 제3국 유출 등 한국정부의 부적절한 교역 관리의 문제를 지적하며 보복적인 조치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마디로 견강부회일 뿐 근거가 희박한 일 측의 궤변에 불과하다. 역사,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일본이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은 일본외교 70년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로 비열하고도 무도한 행태이다. 일본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지켜오던 정경분리의 규범에도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보복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해 구성된 ‘화해치유재단’의 일방적 해산조치와 대법원 징용 재판에 대한 일 측의 불만과 반발에 그 시발점이 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징용 재판 결과에 대한 한국정부의 ‘무대책’에 대한 아베의 분노 폭발이 한국경제를 정조준한 치밀한 보복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징용재판에 대한 반발로 일본의 보복적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고 명언한 바 있다.  

아베와 수상관저의 측근들이 벌인 도발에 대해 일본 내 산업계도 비록  딴 소리를 못 내고 있지만 자국 경제에 미칠 손실을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주류 언론들도 비판적인 논조를 펼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 1강 체제하에 놓여 있는 일본 국내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보복이 철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필자는 보복을 철회시키려면 보복으로 인한 피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도 당연히 강구되어야 하지만 보복의 원인 제공자이자 시발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사태를 좀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일본에게 보복의 덜미를 잡힌 것은 징용 재판 결과에 대한 처리 방안이 너무 늦고 미흡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징용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경제 보복에 대한 정공법이며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 된다.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또 대법원 재판이 단지 민사적 성격의 재판이므로 정부는 개입할 수 없다는 형식논리를 내세우며 한국 내 일본투자 기업에 대한 강제집행이 속속 진행되고 있는 현금의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충돌로 질주하게 될 것이다. 한일 양국이 강 대 강의 구도로 부딪히며 경제 전쟁을 치루게 될 경우 양국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와 손실은 초래할 것은 명약관화하나 그 피해는 비대칭적인 형태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일본의 보복을 초래한 징용 재판 결과를 처리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제1안은 6월 19일 외교부가 제안한 한국기업+일본기업 출연방식에 의한 위자료 지급방안에 한국정부의 역할을 더하여 2+1 체제로 꾸려 보다 완성도가 높은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일본과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이 경우 피해자 그룹과 국내 출연기업과의 사전협의는 필수적이다. 기금이나 재단 방식으로 해결하려면 피해자 규모와 배상액이 어느 정도 가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일련의 험난한 과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우리 정부의 중심적인 역할을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징용문제와 관련된 모든 이해 집단과의 종합적인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해법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난점이다. 말하자면 이 해법이 불완전 연소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궁리와 더불어 치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제2안은 징용문제의 사법적 해결을 꾀하는 것이다. 즉,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일이 공동제소하는 것도 방책이 될 수 있다. 이 방안의 최대 장점은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강제집행 절차를 보류시키고 사실상 일본의 보복을 철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ICJ에 공동 제소하기로 양국이 합의한다면 최종적인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3-4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의 구제 여부 및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ICJ의 판결을 받아보는 것이야말로 합리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양국의 최고법원은 징용피해자의 구제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징용문제가 ICJ에 회부 된다면 아마도 그 최종 결과는 부분 승소, 부분 패소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후 결론이 나오기 전에 양국이 화해할 가능성은 물론 여전히 존재한다. ICJ에 회부하는 사법적 해결을 꾀할 경우 역설적으로 협상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中의 대일 전후처리 외교, 징용 갈등 또 다른 해법

제3안은 우리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일본에게는 사죄,반성의 자세를 촉구하되 물질적 차원의 대일 배상요구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일체의 과거사와 관련한 금전 요구를 포기하고 피해자의 구제는 국내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도덕적 우위에 선 대일외교를 펼치자는 것이다. 이 방식은 중국의 대일 전후처리 외교 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일외교 방침으로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즉, 진상규명과 사죄반성 후세에 대한 교육의 책임을 일본에게 요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우리 정부가 스스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한일관계의 국면을 극적으로 전환시키고 양 국민이 윈 윈 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일본 징용기업이 피해자에게 배상적 성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외교 문제에 관한 최고 통치권자로서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우리 헌법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피해자들과의 사전 의견 조율과 여야 정당을 비롯한 국민들과의 컨센서스 확보 과정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정치 결단을 내리게 되면 일제 강점하 피해자 국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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