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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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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26 15:52:22
29일 함신익 ‘심포니 송’ 창단 5주년 공연 협연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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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허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높은 곳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 실수를 두려워하면 표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게 사소한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면 좋은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

영국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58)는 큰그림을 볼 줄 안다. 오차 없는 타건으로 청량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는 그이지만, 정작 본인은 작은 실수에 개의치 않는다.

허프는 26일 “훌륭한 녹음, 연주회도 실수가 많다. 얼굴이 완벽하다고 해도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실수는 인간미를 교류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영국 런던에서 빅토리아 여왕 때부터 존재하던 금으로 뒤덮인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 허프는 외양의 반짝임보다 내면의 반짝임을 믿었다.

허프가 지휘자 함신익(62)이 이끄는 민간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과 협연한다. 심포니 송이 2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창단 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한다.

함 지휘자와는 오래 전부터 우정을 나눠왔고 한국에도 여러 차례 왔다.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대 교수로 이곳에서 피아니스트 신창용(25)을 가르치고 있다. 신창용은 작년 북아메리카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지나 바카우어’에서 우승했다.

이번 공연은 매진을 앞두고 있다. 허프는 “클래식 음악은 유럽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매진이 되는 공연은 유럽에도 많지 않다”고 했다. “학생들이 공부를 끝내고 어떤 곳으로 가야할 지를 결정하기 힘든데, 이런 젊은 프로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봤다.

브람스는 평생에 걸쳐 단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대립이 인상적인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브람스의 젊은 시절을 대변하듯 열정적이다. 반면 이번에 허프가 연주하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는 브람스의 완숙미가 느껴진다.

허프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브람스만이 할 수 있는 4악장에서 기법을 주목해달라”고 청했다. 보통 협주곡에서 4악장은 폭풍처럼 휘몰아치지만 이 곡의 4악장은 완만하다. “순수하고 깨끗한 악장이다. 소설처럼 어떻게 끝을 맺을까, 사색한 듯한데 브람스에게는 굉장히 적절한 악장”이라고 짚었다.

균형감각을 뽐내는 허프는 피아니스트로서뿐 아니라 화가, 작가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영국 ‘더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20인’으로도 선정됐다.

맥아더재단이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큰 인물에게 수여하는 ‘맥아더 펠로십’을 클래식 연주자로서는 최초로 받은 ‘예술적 지성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더가디언 등 신문에 음악과 종교에 대한 글을 기고도 하는데, 최근 음악 에세이들을 엮은 ‘러프 아이디어스(Rough Ideas)’를 출간했다. 이 책에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곡을 비교한 글을 싣기도 했다. “음악과 관련한 심리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무대에서 긴장함, 실수 등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 담았다.”

피아노는 작은 오케스트라라 불릴 정도로 큰 악기인데 잘못 연주하며 소리가 두껍고 질퍽댈 수 있다. 그래서 페달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책에 페달 관련해서 네 챕터를 할애했다고 귀띔했다. “페달은 연주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한국 음식에서 마늘과 같다. 빠짐없이 사용한다. 한국음식에 마늘을 쓰지 않을 때가 있다고? 페달도 그렇다. 하하.”

좋은 글쓰기와 좋은 연주를 한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을까? “상상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비정상적인 광적인 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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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니 송
이처럼 허프의 연주와 생각은 인간적이다. 그의 타건은 투명한데 완벽해서가 아닌, 솔직하고 인간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한 연주활동도 하는 그는 “감옥 안으로 피아노를 들고 가고 싶은데, 그것이 규정상 쉽지 않더라”면서 “죄수들도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해 연주를 시작했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죽음, 고통, 모욕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세 가지”라면서 “인간이라면 이 세 가지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음악으로 이 세가지에 시달리고 있는 인간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허프는 “음악에 너무 비중을 두지 말자라는 것이 내 판단”이라며 조심스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세상에 음악 외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음악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와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음악은 우리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교감할 수 있게 만든다. 지금 우리가 영어와 한국어, 다른 언어로 소통하느라 불편할 수 있지만 음악은 그것을 초월한다.”
 
 이번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가 “공연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껴안게 만들었으면 하다”고 바랐다. “이 곡을 듣는 50분 동안은 모든 청중과 긴밀하게 친구가 됐으면 한다. 하하.”
 
허프 앞에 앉은 기자가 연신 ‘타닥타닥’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를 내자 흥미롭다며 웃었다. “스티브 라이히 연주 같다.” 미국 현대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83)는 단순한 모티프, 화음의 반복과 조합을 기반으로 ‘미니멀리즘 음악’을 만드는 현대음악 거장이다. 허프는 연주든, 대화든 음악으로 모든 사람들이 소통하게 만든다.

정부나 시의 지원을 받는 공공 오케스트라도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가운데도 5년 간 민간 악단을 이끌어온 함 지휘자는 “좋은 연주, 허프와 같은 좋은 협연자 덕에 후원자가 점점 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한국에 인맥도 없고 순전히 민간 후원으로 이끌어온 것은 좋은 후원자들 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함 지휘자와 심포니 송은 이번 연주회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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