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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취업시장에서 내몰린 자영업자...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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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20 15: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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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많은 사람들이 퇴직과 함께 커피전문점, 치킨집, 편의점에 뛰어든다. 청춘을 바쳐 모은 퇴직금도 모자라 대출까지 손을 댄다. 때문에 '기승전치킨집' '기승전편의점'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업체 수는 373만개에 달한다. 이중 소상공인 사업체 수가 319만개로 전체 사업체의 85.3%를 차지한다. 소상공인 사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는 637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커질대로 커진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요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소상공인은 5년 안에 10곳 중 7곳이 폐업한다고 우려한다. 소상공인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자영업을 보자. 2017년도 자영업 폐업률은 87.9%에 달했다. 특히 음식점 폐업률은 92%로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폐업률은 해당 연도에 개업한 개인사업자 수 대비 폐업한 개인사업자의 비율을 나눈 것이기는 하다. 자영업 폐업률이 87.9%라고 해서 한 해에 자영업 100곳중 87곳이 정말로 망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도 이 폐업률은 극악한 소상공인의 환경을 보여주는 지표로 충분히 유의미하다.

이처럼 소상공인 시장이 커질대로 커지고 어려워 진 이유는 간단하다. 취업시장에서 밀려나거나 자의로 탈출한 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취업시장에서 한번 밀려난 사람이 다시 진입해 양질의 일자리를 가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소상공인시장에 뛰어들어 권리금 폭탄을 돌린다. 최저임금에 울분을 토하고, 임대료에 괴로워하며 사업을 시작한다. 한편의 대박을 꿈꾸며.

 정부는 벌써 6번째 소상공인 정책을 내놨다. 가장 최근 발표된 대책에는 소상공인들의 온라인시장 진출을 돕겠다고 했다. 또 사람이 모이도록 상권을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정책이 가장 소홀하게 다뤄졌다. 바로 폐업 대책이다. 정부 대책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저신용 전용자금을 확대하고 실업급여 지급수준과 기간을 높이는 등 '폐업 소상공인'에 대한 안전망 강화 대책도 일부 포함됐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미 죽어가는 소상공인에게 저리로 대출을 해주며 산소소흡기를 대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잘 운영하도록 도와주는 것 만큼 ‘잘 망하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권리금 폭탄을 돌리며, 최저임금에 울분을 토하고, 임대료에 괴로워한다면. 그래서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아르바이트생보다도 월 수입이 적다면 빨리 사업을 접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건 중소벤처기업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취업시장의 유연성 문제부터, 실업정책, 평생교육, 중소기업 정책 등 각종 일자리, 복지정책을 모두 살펴야 가능한 일이다. 이게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소상공인 대책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다를 게 없다.  정부 지원, 세금으로 사업의 수명을 연장하다가 사업을 접은 소상공인은 곧 다시 가게 문을 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꾸라진다. 이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은 역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에게 잘 망할 자유와 일할 권리를 만들어 주자.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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