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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정부, 52년만에 긴급법 발동…"5일 오전 0시부터 복면시위 금지"(종합)

등록 2019.10.04 18: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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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1년 이하 징역과 약380만원의 벌금형

공소시효도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12개월로 연장

복면금지법 선발효, 16일 입법회서 심의절차

"中정부 개입 없었다…법치 회복되면 긴급법 철회"

【홍콩=AP/뉴시스】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현지시간) 결국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발동했다. 사진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긴급법에 의거한 복면시위 금지법 발동을 발표하는 람 장관 .2019.10.04

【홍콩=AP/뉴시스】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현지시간) 결국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발동했다. 사진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긴급법에 의거한 복면시위 금지법 발동을 발표하는 람 장관 .2019.10.04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 결국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발동했다. 람 행정장관은 오는 5일 오전 0시부터 불법 집회 또는 합법 집회를 막론하고 신분 식별을 제한할 수 있는 복면(mask·蒙面) 착용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긴급법은 영국 식민통치 시절인 1922년 제정된 법으로,1967년 노동자 파업사태 때 발동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에 발동은 무려 52년만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청사에서 사실상 내각인 행정회의를 특별 소집, 긴급법에 근거해  '복면 금지법(禁蒙面法)'을 제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이날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발표했다.
 
복면 금지법을 위반할 경우 최고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최대 2만5000홍콩달러(약 38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이와 별개로 공공장소에서 복면을 벗으라는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최고 6개월 이하 징역형 또는 최대 1만홍콩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조치에 따르면 공소 시효도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12개월로 연장된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존 리 보안국장은 "(대학) 전공, 직업, 건강 또는 의학적 이유가 있을 때는 복면 착용을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테리사 청 법무장관은 "경찰이 신분을 확인한 이후에는 다시 복면을 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폭력이 도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긴급법 발동의 당위를 강조했다. 그는 "과격 시위자들이 홍콩에 테러를 확산시키고 있다", "폭력이 홍콩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포된 시위대 중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는 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이 더 이상 법을 어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입건자 중 학생 비중은 6~8월 25% 이었지만 개학 이후인 9월 38%로 급증했다.
 
람 장관은 "불법 집회에 참가하는 거의 모든 시위자들이 (향후) 법적 처분을 피하기 위해 복면을 쓴다"면서 "복면 금지법이 (과격 시위) 억제 효과를 가져오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긴급법 발동이) 홍콩이 '비상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 일문일답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람 장관은 '복면 금지법 제정을 결정하는 과정에 중국 정부의 승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10월1일 국경절 행사를 위해)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중앙정부 관계자들과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법과 질서가 회복되면 긴급법은 작동을 멈출 것이다. 더이상 복면 금지법이 필요하지 않을 때 철회 발표를 할 것"이라면서도 "철회 시점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람 장관은 사퇴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18세 남학생이 시위 중 총상을 입은 것과 관련해 독립적인 수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사태 수습을 위해 사퇴를 고려할 것인지'를 질문 받고 "사퇴한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언제든 새로운 법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홍콩이 법치국가라는 점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냐'는 지적에는 "복면 금지법은 법치와 기업 경영을 방해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맞섰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홍콩 장관들도 긴급법 발동의 당위성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청 장관은 "(홍콩 헌법 격인) 기본법 인권 조문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합법적 목적에 따라 일정한 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복면 금지법은 폭력 행위자가 신분을 감추고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을 막고 경찰의 법 집행을 돕기 위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리 국장은 "(불법 시위자 체포를 위한) 정보 수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경찰의 임의적인 체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검문하는 경찰관 신분을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물음에는 "제복 경관은 복장에 번호가 적혀 있고, 사복 경찰은 경찰 배지와 신분증을 소지한다"고 일축했다.
 
폴 찬 재무장관은 '긴급법 발동으로 홍콩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홍콩의 핵심 경쟁력은 지난 몇달간 (시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우리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다. 홍콩은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콩 정부는 속전속결에 돌입했다. 교육 당국은 오후 3시 발표 이전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생들의 교내 복면 착용을 금지할 것을 지시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당국은 이날 오후 일선 지휘관을 포함한 고위 간부들에 복면 금지법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긴급법 발동에 분노한 시위대가 도심 도로를 점거하는 등 반발도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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