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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피아 입체적 조명·오락 영화로도 제격···'블랙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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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08 16: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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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영화 '블랙머니'. 2019.11.08(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정지영 감독이 '블랙머니'를 연출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건 경제 문제를 최대한 쉽게 푸는 일이었다.

준비기간만 7년, 그의 오랜 고민은 결실을 맺었다. 영화는 어려운 경제 이슈를 관객이 최대한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 진력을 다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IMF 사태를 다룬 '국가부도의 날'과 비교되는 이유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검사인 '양민혁'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게 만든다.

극 중 '양민혁'은 검사로 등장하는데, 그의 경제 지식은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경제 지식이 0인 값에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검찰의 조사를 받던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죽으며 시작한다. 얼마 뒤 이 남자와 사고 차량에 동승했던 한 여인이 자살한다. 이 여인은 자살하면서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수치심으로 자살을 택했다는 문자를 남긴다.

사건 앞에서는 위아래도 없고, 수사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서울 지검의 '막프로' 검사 양민혁(조진웅).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한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찰나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주요 증인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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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영화 '블랙머니'. 2019.11.08(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nam_jh@newsis.com

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금융 사건을 마주한 양 검사는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엉킨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를 맞닥뜨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희대의 먹튀' 론스타 사건이 배경이다.

영화에서 소재가 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다.

당시 "해외 사모펀드가 헐값에 국내 대형은행을 삼켰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1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났다.

론스타는 같은 해 11월 ISDS(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를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와 매각 시점 지연, 가격 인하 압박 등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의 소송액은 46억7950만달러, 우리 돈으로 5조원이 넘는다. 소송 결과는 올 하반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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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영화 '블랙머니'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19.11.08 nam_jh@newsis.com
이 영화의 강점은 전형적·평면적인 인물과 개성적·입체적인 인물들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가장 큰 악의 축은 '모피아'다. 모피아는 재경부 인사들이 퇴임 후에 정계나 금융권 등으로 진출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이다.

여기에 탐욕스런 미국 자본, 거기에 기생하는 대형 로펌, 권력에 길들어진 검찰 또한 악이다. 이들과 맞서 싸우는 인권 변호사, 진실을 찾으려는 언론, 정의를 외치는 노조는 선으로 그려진다. 이들은 전형적이면서도 영화 내내 성격이 변하지 않는 평면성을 지닌다.

이에 반해 정 감독이 탄생시킨 허구의 인물 '양민혁'(조진웅)과 '김나리'(이하늬)는 개성적이면서 입체적이다.

검사의 체면은 일찌감치 벗어던진 듯한 양민혁은 단독으로 수사를 이어가며 이 과정에서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불법감청, 불법연행, 불법침입까지 감행한다. 양민혁이 관련 수사를 파기 시작하는 배경 또한 선한 의도기보다 수세에 몰린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 김나리는 대한민국에서 손 꼽을 만한 경제 엘리트다. 건강한 보수의 면모를 보이지만, 그가 극 중 보이는 행동은 선악의 잣대로 반을 갈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블랙머니'는 이렇듯 개성적·입체적 인물을 두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자칫 단순도식화될 뻔한 영화의 인물 구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그만큼 극을 보는 재미는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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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영화 '블랙머니'. 2019.11.08(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nam_jh@newsis.com

연기에 구멍이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최근 대중에게 자주 소비돼 염려를 샀던 조진웅은 이번 작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 다닌다.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열혈사제들'에서 코믹 연기를 뽐냈던 이하늬는 이번 작품에서 오랜만에 지적인 차도녀를 맡았는데, 이런 작품을 기다려 왔다는 듯 이하늬 만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조연들도 화려하다.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부터 떠오르는 신흥 대세 배우까지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뭉쳤다.

특유의 선 굵은 연기로 작품에 힘을 실어주는 배우 이경영은 막강한 권력을 쥐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전 총리 '이광주' 역을 맡았다.

연기파 배우 문성근이 국내 최대 로펌의 대표 '강기춘'으로 분해 오랜 연기 내공을 발산한다. 또한 강신일, 최덕문, 조한철, 허성태 등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검찰 개혁이 한창 추진되는 시기에 개봉되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금융 비리 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의 필요성도 지적하는 영화다.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되짚어보고 변화의 계기로 선사하지만, 단순한 오락영화로써도 충분히 즐길 만한 영화다.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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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사진=에이스메이커무브웍스 제공) 2019.10.10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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