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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편견·연민이 사라진 순간···'인정투쟁; 예술가 편'

등록 2019.11.12 13: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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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두산연강예술상' 이연주 연출 신작

1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장애인 배우가 무대 위에 오를 때마다 매번 사유의 실패를 겪는다. 연극 자체를 보기보다 장애인 배우가 '움직인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1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오르는 연출가 이연주의 신작 연극 '인정투쟁; 예술가 편'은 이 사유를 환기한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연극을 볼 때면 관람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자신도 모르게 강요받는다. 하지만 '인정투쟁; 예술가편'은 그런 강박관념이 하릴 없음을 증명한다.

이 연출은 2017년 '제8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다. '전화벨이 울린다', '이반검열', '삼풍백화점' 등을 통해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감정노동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다뤄왔다.

이번 연극에서는 중증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 애인의 단원들과 장애를 지닌 객원 단원 김원영 씨가 꺼내 보인 자신들의 실존적 고민을 객석 모두의 문제의식으로 확장시킨다.

성과를 물리적으로 증명하기 힘든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을 증명해야 얻을 수 있는 '예술인패스', 예술활동을 해야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국립극단 시즌단원제' 등은 아이러니함을 선사한다.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증명해야 하는 인정투쟁을 겪는 모든 사람들의 모순으로 승화한다.

신체장애를 가진 배우들의 열연은 투쟁이라는 요소를 더 극적으로 만들까. 그런 생각 역시 편견일 것이다.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닌, 상대방에게서 자신을 확인하려는 '인정투쟁' 과정은 누구나에게 극적이다.

[리뷰]편견·연민이 사라진 순간···'인정투쟁; 예술가 편'

이로 인해 초반에 '장애인 예술가 이야기'로 인식될 것이라고 여겨지던 극은 점차 장애와 예술을 지우고 모든 사람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이 과정에서 편견, 연민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극에서는 시인 김춘수의 시 '꽃'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막마다 '나', '너', '그' 등의 인칭이 화두로 주어지는데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호명'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여기서 피터 브룩이 연극에 대해 남긴 유명 구절로 시작하는 극의 첫 장면을 떠올린다.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바라본다면 그것으로 연극이 시작되기에 충분하다"는 문구가 뜨고 빈 휠체어가 지나간다.

억지로 짜깁기한 장면들로 구성된 내 연극에서 나는 주인공이었는가. 편견, 강박관념에 포위됐던 삶과 어깨동무해온 내 팔을 걷어낸다. 태생적 딜레마로 시름하던 내 '인정투쟁'이 위로 받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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