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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30년전에 나온 연극 '오펀스' 지금도 통하는 격려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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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19 09:11:25
'2019 종로문화다양성연극제'...젠더 프리 캐스팅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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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오펀스'. (사진 = 레드앤블루 제공) 2019.11.1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격려는 성스러운 인물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세상과 단절돼 살아온 고아형제의 형 '트릿'과 동생 '필립', 중년의 시카고 갱 '해럴드' 이야기에서 위로를 얻었다.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에서 공연한 연극 '오펀스'는 다양한 시대에 적합한 '격려 찬가'라 할 만하다.

종로구와 종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2019 종로문화다양성연극제'의 하나로 선정됐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배우 겸 작가 라일 케슬러의 작품으로 198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매트릭스 시어터 컴퍼니에서 초연한 작품. 국내에서는 2017년 첫 선을 보였고 이번에 재연했다.

세 인물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지만 서로에게는 주연이다. 가난한 트릿이 물질적인 욕심을 위해 해럴드를 납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세 인물은 서로에게 구세주가 된다. 외로움을 채워주는 건 물론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준다. 일종의 '대안 가족'이 된다.

돈 많고 매너 좋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해럴드 덕에 극은 어쩌면 판타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박한 먼지로 넘치는 세상에서 이 구원의 이야기는 절박한 희망의 노래다.

사실 알고 보면 연약한 트릿은 거친 세상에 맞서기 위해 폭력적인 성향을 갑옷처럼 입었다. 연악한 동생 필립을 지키기 위해 그를 세상과 단절시켰다. 하지만 매너와 참을성을 배우면서 그는 해럴드에게 어느새 물들어간다.

세상에 발 하나 내딛지 못하던 필립은 해럴드의 위로와 격려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결국 형 없이도 세상에 홀로 서게 된다. 해럴드는 어떤가. 트릿과 필립을 통해 공허함을 채운다.

'오펀스'는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넘은 작품이다. 하지만 메시지가 주는 울림은 다양하게 열려 있는 소통 방식을 여전히 두려워하는 지금 이 시대를 겨냥하다. 

특히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다양하다는 것이 오펀스의 특기할 만한 점이다. 김태형 연출은 이번 시즌에 젠더 프리 캐스팅을 비수로 숨겨놓았다. 특정 역에 남녀 배우를 구분하지 않았다.

중년의 부유한 갱스터 해럴드 역은 박지일, 정경순, 김뢰하가 나눠 연기했다. 무책임한 아버지와 유년기를 보낸 형 트릿은 김도빈, 최유하, 박정복이 번갈아 맡았고 트릿의 동생으로, 늘 형의 눈치를 보는 동생 필립 역에는 김바다, 최수진, 현석준이 트리플캐스팅됐다.

무엇보다 정경순, 최유하, 최수진 등 여성배우들로 구성된 조합은 남성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전복시키고 이야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다. 극이 남성들의 연대와 판타지로 여겨지는 것이 아닌, 사람 이야기로 승화시킨다.

한편 '2019 종로문화다양성연극제'는 12월1일까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무지개다리사업의 하나다.

'오펀스'는 문화다양성연극제 운영위원회가 선정한 '종로픽'의 하나로 공연했다. '푸른 하늘 은하수'(27일~12월 1일 아트원씨어터), '알츠, 하이!뭐?'(27일~12월1일) 등 일상에 무의식적으로 녹아있는 편견과 차별을 드러낸 작품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에 오른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무지개픽' 작품들도 있다. '해방의 서울'(21~24일 아트원씨어터), '아버지를 찾습니다'(11월 28~30일 명작극장) 등은 우리시대 비주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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