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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슬(유재석), 송가인 잡을까...다시 '개가수' 열풍 조짐

등록 2019.11.19 1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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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파이브'도 '두 번째 스무 살' 공개 입소문

원조는 90년대 '틴틴파이브'→조혜련→박명수

2010년 무한도전→신보라 '용감한 녀석들'등 인기

【서울=뉴시스】 유재석. (사진 = MBC TV '놀면 뭐하니?' 제공) 2019.11.1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유재석. (사진 = MBC TV '놀면 뭐하니?' 제공) 2019.1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개가수'(개그맨+가수) 열풍이 다시 불 조짐이다.

'국민 MC' 유재석이 선봉이다.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트로트가수 도전에 나섰다. MBC TV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다시 뭉친 '놀면 뭐하나?'의 코너 '뽕포유'를 통해서다.

18일 유재석 아니, '유산슬'은 MBC를 넘어 KBS 1TV 교양 프로그램 '아침 마당'에 출연할 정도로 화제성을 뿌리고 있다. 이날 '아침마당'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10.2%로 전 회차인 지난 15일보다 2%포인트 넘게 올랐다.

유산슬은 트로트 스타 송가인을 탄생시킨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미스트롯'이 불씨를 살린 트로트 열풍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16일 유산슬이 내놓은 데뷔 싱글 '뽕포유'의 더블 타이틀 곡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은 단지 코믹하게만 치부하기에는 완성도가 탄탄하다.  

작곡가 박현우의 손에서 15분 만에 탄생한 '합정역 5번 출구'는 정통 트로트다. 히트곡 제조기 조영수와 저작권료 1위 작사가 김이나가 합작한 '사랑의 재개발'은 트로트 특유의 아려한 가사가 흥을 돋우는 댄스풍의 멜로디가 이질적으로 조합되면서 중독성이 강하다.
 
유재석 아니, 유산슬은 신인의 자세로 노력하겠다며 트로트 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대중에게 청하고 있다. 전국 행사에서 유산슬을 섭외하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뉴시스】 틴틴파이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1.1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틴틴파이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1.19. [email protected]

내년에 마흔을 앞두고 있는 KBS 공채 출신 개그맨 김원효, 김지호, 박성광, 박영진, 허경환이 뭉친 프로젝트 개그맨 그룹 '마흔파이브'는 지난달 24일 데뷔 싱글 '두 번째 스무 살'을 공개했다.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는 않지만 마흔대로 살지 말고 마음대로 살아 보리라 다짐"라는 노래다. 트로트스타 홍진영이 프로듀서로 나서 힘을 실었다. 미국 팝 밴드 '머룬5'를 연상케 하는 팀 이름을 가지고 이는 마흔파이브는 유산슬만큼은 아니지만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미 노래 '따르릉', '안되나용'으로 주목 받은 개그맨 김영철은 21일 일렉트로트 장르의 신곡 '신호등'을 공개한다. 트로트 가락에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더했다. 가수 바다가 지원사격했다.

지난해 송은이,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등이 뭉친 개그우먼 그룹 '셀럽파이브'는 유로 댄스 가수 앤지 골드의 '잇 유 업'을 번안한 곡에 일본 고교 댄스부 커버 댄스를 결합,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최근 발라드곡 '안 본 눈 삽니다'를 발표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개가수의 원조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셀프 타이틀 1집을 내놓은 틴틴파이브를 시작으로 컬투, 조혜련, 나몰라패밀리 등이 활약했다. 1999년 첫 음반을 낸 박명수는 2000년 낸 2집 수록곡 '바다의 왕자'로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후 개가수는 한동안 뜸하다 2010년대 들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뛰어난 가창력의 신보라를 앞세운 개그맨 그룹 '용감한 녀석들'이 2012년 등장했다.

'무한도전'은 2010년대 개가수 열풍의 근원지다. 무한도전 속 코너 가요제를 통해 멤버들이 톱 가수와 협업한 곡들이 잇따라 음원차트를 휩쓸며 열풍을 일으켰다.

【서울=뉴시스】 마흔파이브. (사진 = E&P컴퍼니 제공) 2019.11.1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마흔파이브. (사진 = E&P컴퍼니 제공) 2019.11.19. [email protected]

박명수와 지드래곤의 '바람났어', 유재석과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 등이 크게 히트하며 기존 가수들을 위협했다. '무한도전' 멤버였던 정형돈과 래퍼 데프콘이 결성한 힙합듀오 '형돈이와 대준이'도 큰 인기를 누렸다.

개그맨들이 꾸준히 가수를 겸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편적으로 잘라 말하면 끼가 넘치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은 웃기는 재주뿐 아니라 노래, 연기 등 다방면의 재주를 가지고 있다. 모두 웃음 코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중과 친근하다 보니, 노래를 알리는 것도 비교적 쉽다.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개가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은 컸다. 특히 힙합 음악을 선보이는 개그맨들에 대해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며 가요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용감한 녀석들은 은퇴 선언을 하기도 했다. 개가수들이 내놓은 곡들이 음원차트를 휩쓸자 가요 음원 시장을 왜곡한다며 집단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유산슬, 마흔파이브, 김영철의 곡에 여러 가수, 작곡가들이 지원사격을 한다. 

한 때 음악가의 고민, 노력의 산물이던 대중음악은 대중문화계 내에서 장르적 구분이 사라지면서 '유연성의 아이콘'이 됐다. 이런 흐름에서 유행하는 대중적 코드에 민감한 개그맨들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경쟁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유재석 아니, 유산슬은 트로트 열풍에 재빠르게 편승했고 마흔파이브는 대중문화 주요 소비층인 30대 후반의 심정적인 동의를 재빠르게 얻은 것이 예다.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유재석의 유산슬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다. 현재 유행하는 대중문화 코드를 잘 집약한 문화 상품"이라면서 "유행을 이끄는 젊은 세대의 기호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시간을 들여 제작한 가요 기획사들의 음원은 파괴력이 큰 K팝 아이돌을 제외하고는 대중에게 호소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가요계가 최근 개가수들의 인기 흐름을 참조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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