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부속물?…전국 사찰 '불단' 정밀조사 나선다

[서울=뉴시스]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보물 제486호).(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3.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그동안 불상을 봉안하는 부속물로 인식돼온 불단(佛壇)의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기 위한 정밀조사가 이뤄진다.

문화재청은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올해부터 5년간 전국 사찰의 불단들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한다고 31일 밝혔다.

불단은 사찰의 건물 내부에 불상을 올려두고 예불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한 일종의 받침대다. 이른바 수미단(須彌壇)으로도 불린다.

불단은 건물 내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불상을 봉안하고 의례에 필요한 다양한 공양기물(供養器物)을 차리기 위해 마련된 구조물이다.

불상의 봉안과 예배 방식의 변화에 따라 제작기술도 같이 발전해왔으며 당대의 우수한 장인들이 시대상을 반영해 다양한 문양과 도상을 정교하게 조각하는 만큼 역사·미술사 분야의 연구자료로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또 목패(木牌), 소통(疎筒), 촛대 등 다양한 의식구들과 어우러져 불교문화의 전통과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어 보존할 가치가 크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단은 건물의 부속물로 인식돼 불상, 불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다. 더욱이 주재료가 목재여서 수리가 쉽지 않은 동시에 변형되기 쉽고 화재, 충해, 습기 등 외부 환경에도 취약해 보존·복원을 위한 원형자료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서울=뉴시스]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보물 제486호).(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3.31 [email protected]

이번 정밀조사는 불교문화재 일제조사의 3차 사업으로 진행되며 우선 올해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지역의 16개 사찰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정밀 실측과 2차원 디지털 촬영, 3차원 입체 스캐닝과 도면 작업 등을 통한 원형 디지털 기록화 작업을 하게 되며 보존과학 조사와 안전도 점검 조사 등도 병행된다. 해당 불단의 역사·미술사 의미를 연구하는 인문학 조사도 종합적으로 시행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후 보존할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는 불단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할 예정이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불단은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보물 제486호), 김천 직지사 대웅전 수미단(보물 제1859호) 등 2건이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전국 사찰 불단의 현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앞으로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사찰 목공예가 가진 우수성과 전통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더 나아가 불단에 조각된 다양한 문양과 도상(圖像)이 전통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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