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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문턱 높인 北…美는 "비핵화 진전 있어야" 신경전

등록 2020.07.16 11:34:39수정 2020.07.16 11: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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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실질적 진전 가능성 있어야 정상회담 관여"

北,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정책 철회 문턱 높여

11월 대선 전까지 북미 대화 재개 놓고 신경전 예상

美, 대선 앞두고 北 요구 수용 난색…상황 관리에 주력

北, "DVD 받고 싶다" 여지 열어둔 채 경고 메시지 발신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0.07.02.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0.07.02.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미국이 11월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제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미정상회담 의제로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 문턱을 높인 상황에서 미국 역시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모두 현실적으로 비핵화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11월 대선 전까지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이 "또 모를 일"이라고 밝힌 데 이어 미국 역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깜짝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몇 년 전 싱가포르(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결과를 달성하는 데 우리가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정상회담에 관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궁극적인 분쟁의 해결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한반도 안정은 엄청나게 중요하다"면서도 "북한은 현 시점에서 잠재적 해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식에 관여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들이 마음을 바꾸길 바란다"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거듭 압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뉴욕소재 이코노믹클럽과 화상 인터뷰에서도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지금이 7월이다. (대선 전 회담이 열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적절한 상황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 국민들과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최선의 이익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내놓은 담화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 전진환 기자 = 26일 오후(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에 도착하는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노동부 제1부부장이 영접을 하고 있다. 2019.02.26.  amin2@newsis.com

【하노이(베트남)=뉴시스】 전진환 기자 = 26일 오후(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에 도착하는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노동부 제1부부장이 영접을 하고 있다. 2019.02.26. [email protected]

김 제 1부부장은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넘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제시하며 협상 허들을 높였다. 그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8일 방한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향해 '낡은 사고방식'을 비판하면서 태도 변화를 요구하자 새로운 협상틀을 제시하며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사례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제 행령 명령의 1년 추가 연장 조치, 북한 인권 문제 제기,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을 꼽았다.  

북한 역시 미국에 대화 재개의 공을 넘겼지만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노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책임론에 이어 인종 차별 반대 시위 등으로 지지율이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협상에 응했다가는 역풍이 우려되는 만큼 보여주기식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로 인해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 모두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비핵화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신경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선 레이스에 집중하면서 북한 악재가 돌출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미 대선 상황을 주시하면서 차기 행정부에서 유리한 협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대남, 대미 압박 발언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북미 모두 협상 여지를 열어 놓고 있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면서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깜짝 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해법에 대한 또다른 접근법까지 언급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대화 재개시 유연한 입장이라는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적절한 상황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이어 북미 대화 전망 및 관계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많은 대화가 워싱턴과 평양 간에 벌어지고 있다. 너무 늦지 않게 고위급 논의를 갖게 되길 희망한다"며 북미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 역시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화 말미에는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거론하며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해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북미 접촉 여지를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미 조야에서는 여전히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과 일부 제재 완화 간 맞교환 가능성을 거론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 담당 국장도 3차 회담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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