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동근 "난 기술직 '생활형 연기자'…배우 인생 지금부터"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닥터 장' 役
'논스톱' 구리구리 캐릭터로 눈길
"'네 멋대로 해라' 부담감…20년간 싸워와"
결혼 후 아빠로 새 삶…"아내와 아이들 위해"
[서울=뉴시스]배우 양동근. (사진=TCO(주)콘텐츠온 제공) 2020.09.27. [email protected]
배우 양동근이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으로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출연) 자체가 도전"이라며 "제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부딪혀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죽지 않는 외계 생명체 '언브레이커블' 남편 만길(김성오)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 소희(이정현)가 친구들과 반격에 나서는 코믹 스릴러다.
양동근은 언브레이커블의 정체를 추적해온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 역을 맡았다. 극 중 소희를 돕는 가운데 '죽지않는' 신스틸러 같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는 "사실 제가 나오는 부분이 재미있다고 하는 게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고 웃었다.
이번 영화는 '시실리 2㎞'의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양동근은 "사실 코믹 연기는 자신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신정원 감독님 코드라면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캐릭터는 감독님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원 감독님 자체가 독특하고, 감독님만의 코드가 있잖아요. 그 코드를 사전에 이해하기엔 감독님이 워낙 말수도 적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구상하고 펼쳐내는 스타일이죠. 어떻게 나올지 가늠이 안 됐어요. 그래서 무조건 감독님의 디렉션에 충실해 보자고 생각했죠. 현장에 갈 때 준비하기보다는 오히려 많이 비우고 갔어요."
시트콤 '논스톱'에서 '구리구리' 캐릭터로 인상 깊은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던 양동근이다. 그는 "당시 사람들이 다 제가 그런 사람인 줄 알더라"라며 "그때도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고 진지했다"고 말했다.
"평소 다가가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눈만 마주쳐도 웃어요. 아, 많은 분들이 재미있는 제 캐릭터를 좋아하나 보다 했죠. 직업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게 가치가 있고 큰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뉴시스]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TCO(주)콘텐츠온 제공) 2020.09.27. [email protected]
그는 "저는 기술직이다. 가정이 생기면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며 "아빠가 된 후 어떤 역할이든 뭐든지 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결혼으로)새로운 삶이 됐죠. 저를 위한 삶이 아니니까요. 예전의 저는 없다고 봐도 돼요. 이제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삶이죠."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예능에 출연한 것도 아내 영향이었다. 예능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다.
"아내가 예능을 너무 좋아해요. 아내한테 재미없다고 많이 혼났죠. 저는 거부감이 있어 예능을 전혀 안 봤는데, 아내가 좋아하니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보다는 제가 즐거움을 주고 싶잖아요. 그래서 나간 게 '쇼미더머니3'였어요. 울렁증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다 도전해보는 성격으로 바뀌었죠."
1987년 아역 배우로 데뷔해 어느새 33년차 배우가 됐다. 양동근은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딱히 재주가 없었다"고 웃으며 "잘 버텼다고, 대견하다고 저 자신한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02년 방송된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힐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양동근은 "사실 지난 20여년 동안 '네 멋대로 해라'와의 싸움이었다"고 부담감도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배우 양동근. (사진=TCO(주)콘텐츠온 제공) 2020.09.27.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네 멋대로 해라'와 같은 작품을 할 수도 없고, 넘을 수도 없다"고 했다.
"배우로서 진중한 작품은 그 하나로 됐다고 생각해요. 그 작품에 크게 기준이나 가치를 두지는 않아요. 자유로워졌달까. '남자 배우는 40부터다'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저는 이제 겨우 40이 넘었어요. 예전에 했던 건 워밍업이고, 배우 인생은 지금부터죠. 편안하게 마음먹고 있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어울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스펙트럼이 넓다"며 "해보고 싶은 것보다는 주어지면 뭐든지 해볼 수 있는 깡이 생겼다"고 말했다.
8살 난 첫째는 어느새 양동근이 처음 텔레비전에 나왔던 무렵의 나이가 됐다. 래퍼로 활동한 양동근의 무대를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고 했다. 아이들이 배우를 꿈꾼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고개를 내둘렀어요. 내 자식은 힘든 일을 안 시키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하지만 살면서 힘든 일을 안 겪을 순 없겠죠. 제가 직접 이 바닥을 겪었기에 좋은 조언자이자 선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어요. 부모자식 관계에서 선후배까지 되면 더 돈독해지고 멋진 관계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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