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목표 못 이뤄" 다시 고개 숙인 문 대통령…일부 정책 수정 시사
4주년 특별연설서 "부동산만큼은 할 말 없는 상황" 사과
"가장 아쉬운 점 부동산"…부동산 정책 '재검토·보완' 언급
'실수요자 대출 규제·재산세 감면' 논의 속도 빨라질 듯
공급 '민간' 역할도 강조…민간·공공 공조 확대 가능성도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4주년 특별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1.05.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부동산 가격 안정 목표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재검토'를 언급한 것은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일부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부동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공식 사과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부동산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한 데 이어 이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에 민심이 폭발하자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은 1년 새롭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펴온 문재인 정부가 일부 정책 전환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무주택자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와 재산세 감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생중계 중인 TV를 외면하고 있다. 2021.05.10. [email protected]
최근 정부는 대출규제와 관련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LTV·DTI 10%포인트(p)를 추가로 더 높이고 소득요건과 주택가격 요건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산세와 관련해서는 1가구 1주택자의 감면 확대 범위를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종부세의 경우 소득 없는 1주택 고령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여당과 정부를 중심으로 대출규제 완화와 재산세 감면 정책에 논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다만 부동산 투기 금지라는 큰 틀이 흔들릴 수는 없다고 강조해 기존 정책 기조 내에서 일부 보완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우리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는 것과 실수요자를 보호하자는 것, 그리고 주택공급의 확대를 통해서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것인데 이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며 "정책의 기조를 지켜나가는 가운데 부동산투기를 강화하려는 목적 때문에 실제로 실수요자를 집을 사는 데 오히려 어려움으로 작용하거나 더 큰 부담이 되는 부분들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당정청 간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 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당정청 간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동산정책의 보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또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4 공급대책을 통해 구체화한 주택 공급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를 통해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기존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이 민간의 주택공급을 언급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 공공에 의한 주택공급 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공급의 기능도 강조한 것이어서 향후 주택공급에 민간의 참여 확대를 의미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주거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라며 "날로 심각해지는 자산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겠다.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며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을 교훈 삼아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과 불법 투기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을 완결 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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