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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에 반격 나선 이재명, "이젠 원래대로 하겠다"

등록 2021.07.14 11: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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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측근 옵티머스 의혹 거론 "주변 돌아보라"

"주먹 맞는 건 익숙한데 발로 차" 로키 걷어치워

이낙연 측근 "혜경궁 김씨, 쥴리" 비유하자 발끈

추격세 초조함도…윤석열과의 '양강' 전략 휴지통

與 경선구도 새 국면…전문가 "이젠 이종격투기"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을 방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김현정 앵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7.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을 방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김현정 앵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7.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로키(low key)'로 일관하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반격의 칼을 빼들며 난타전을 예고해서다.

이 지사가 최근 맹추격하는 이낙연 전 대표의 '옵티머스 의혹'을 공개 거론하는 등 적극적인 공방에 나서는 배경에는 '전략적 인내' 이후 주춤한 지지율을 장기인 난타전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퇴조로 여야 양강 구도를 굳히려던 기존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측면도 작용한 듯하다.

이낙연 측근 옵티머스 의혹 거론 "주변 돌아보라"

이 지사는 1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한테 가족, (검증) 그걸 막으려 하는 거냐고 한 분이 진짜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지 않느냐"면서 "본인의 주변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나는 기사를 보고 한 얘기"라며 이낙연 전 대표의 옵티머스 의혹을 거론했다.

이 전 대표 측근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 전 대표 사무실 가구와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 수사를 받다가 숨진 이모 전 대표실 부실장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이 지사는 "그분이 그냥 개인적인 사람이 아니고 전남지사 경선 때 당원명부, 가짜 당원을 만들고 해서 시정을 받은 분이지 않느냐. 핵심 측근"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먼저 소명을 하셔야 될 입장인데 뜬금없이 아무 관계도 없는 우리 가족들을 걸고 넘어지니까 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간 '김빠진 사이다'라 불리며 경쟁자의 공격에 대응을 삼간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본선은 2~3% 박빙승부인데 내부 균열이 심각해지면 본선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다 감수하고 참아야 된다. 내가 손해 본다. 이런 조언이 사실 많았다"며 "그런데 주먹으로 맞는 건 단련이 돼 있는데 갑자기 발로 차니까"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래로 되돌아가야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이터 모드로 전환한 이 지사가 난타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지사 측은 이 지사가 작심하고 던진 메시지라는 입장이다. 캠프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금까지의 대응으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라며 "더는 맞고 있어선 안 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파주=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7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언팩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1.07.07. photo@newsis.com

[파주=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7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언팩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1.07.07. [email protected]



이낙연 측 "혜경궁 김씨, 쥴리" 빗대 거론에 발끈

이런 이 지사 측의 전략 수정은 경쟁 후보들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지사 측은 당초 여권 선두로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구도를 형성한 상황에서 당내 화학적 결합을 고려해 맞대응을 삼가왔다.
그러나 이낙연 캠프 정운현 공보단장이 지난 11일 이 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 검증에 신중론을 펴자 페이스북을 통해 "혹시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며 "'쥴리'는 든든한 호위무사가 생겨서 좋겠다"고 비난하자 이재명 캠프 내부 반응도 급변했다.

지난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논란이 됐던 이 지사 부인 문제를 윤 전 총장 가족 문제를 결부짓는 메시지가 공개적으로 나오자 캠프 내부도 부글부글한 분위기다. '캠프 공보단장 직함을 단 인사의 메시지는 결국 캠프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장 이재명 열린캠프는 전날 이경 부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같은 당 후보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이 후보가 주장했던 '정치인의 품격'과 거리가 먼 모습"이라며 "이낙연 후보께서 야권 후보 배우자의 과거 행적 중 유흥업소 근무 의혹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된다. 호위무사 뒤에 숨은 채 원팀인 후보를 공격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일 필요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캠프 관계자는 뉴시스에 "이 지사도 입에 담기 민망한 상대 후보의 (접대부 의혹) 문제를 이 지사와 같이 엮어서 뒷담화 수준으로 비난한 것"이라며 "계속 이런 논조로 가면 안되겠다. 우리가 여기까지도 참아야 하느냐는 분위기"라고 했다.

나아가 캠프 내에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네거티브 대응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15일에는 캠프 총괄인 조정식 의원과 박찬대 수석대변인, 이재명계 핵심 정성호 의원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도 연다.

4월20일 오전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성호 국회의원, 노웅래 국회의원, 정춘숙 국회의원,강민정 국회의원,이규민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소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가 열리고있다.(사진=경기도 제공)

4월20일 오전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성호 국회의원, 노웅래 국회의원, 정춘숙 국회의원,강민정 국회의원,이규민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소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가 열리고있다.(사진=경기도 제공)



추격세 초조함도…윤석열과의 '양강' 전략 휴지통

이재명 캠프 내부에는 이 전 대표의 추격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여서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10~12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지사 33.1%, 이낙연 전 대표 21.5%로 양자간 격차는 지난 조사의 17.4%포인트에서 11.6%포인트로 좁혀졌다.

앞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10일 실시해 12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전 총장 29.9%, 이 지사 26.9%, 이 전 대표 18.1%로 조사됐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동반하락한 가운데 이 전 대표는 무려 5.9%포인트 상승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이 지사 비토 성향이 강한 친문 강성 지지층에서 회자되자 이 지사 측에선 위기감이 높아졌다. 전략적 인내가 오히려 이 지사의 '사이다'에 익숙하던 지지층에 답답함만 안긴 데다가 '바지' '미(美)점령군' 등 돌출발언으로 취지마저 일정부분 퇴색했다는 반성도 나왔다.

전략적으로도 그간 당내 공세를 애써 무시하며 여야 양강구도를 구축하려던 것이 무산된 측면도 있다. 이날자 한길리서치의 '이재명 대 윤석열'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 이 지사는 43.9%, 윤 전 총장은 36.0%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낙연 대 윤석열'의 경우 윤 전 총장 36.7%, 이 전 대표 31.7%로 격차가 5%포인트로 좁혀졌다.

[대전=뉴시스]최진석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묘역을 찾아 헌화 뒤 생각에 잠겨 있다. 2021.07.06. myjs@newsis.com

[대전=뉴시스]최진석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묘역을 찾아 헌화 뒤 생각에 잠겨 있다. 2021.07.06. [email protected]


그간 야권의 위협적 주자인 윤 전 총장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여권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려 했지만 윤 전 총장이 주춤하며 '양강 전략'의 실효성도 낮아진 것이다. 오히려 치고 올라오는 이낙연 전 대표에 맞서 당내 선두를 공고히 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윤태곤 전략과 의제그룹 더모아 실장은 CBS에 나와 "이 지사가 모드 전환을 하려는 것 같다"며 "민주당 경선이 이종격투기로 전환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들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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