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지윤 "해금으로 불러낸 김순남·윤이상, 위로·희망 손길"
'잊었던 마음 그리고 편지' 앨범 발매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월 무대 첫선
예술·일상 에세이 '단정한 자유' 출간
[서울=뉴시스]해금 연주자 천지윤. (사진=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제공) 2022.01.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해금 연주자 천지윤(40)은 자신의 악기와 닮아가고 있었다. 국악중학교에 입학해 심금을 울리는 해금의 음색에 이끌려 이 길을 걸어온 지 어느새 27년. 해외 무대를 누비며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았던 그는 이제는 대중들에게 더 한 발짝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공연과 앨범은 물론 SNS에 책까지, 꾸밈없는 자신의 이야기와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3년여의 작업 끝에 지난 12일 세상에 나온 앨범 '천지윤의 해금 : 잊었던 마음 그리고 편지'는 오는 2월9일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무대에서 처음 선보인다. 클래식 클럽의 유일한 전통음악 연주자로 캐스팅됐다. 최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공들인 앨범이 잘 나와서 만족스럽고 무대에서 연주하게 돼 너무 신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낮의 음악' 윤이상·'밤의 음악' 김순남, 치유와 응원 전하고파"
애초에 앨범은 김순남의 음악으로만 채울 예정이었다. 몇 해 전 공연차 일본 요코하마에 갔을 때, 좁고 적막한 호텔 방에서 문득 20대 때 들었던 김순남의 선율이 떠올랐다. 수줍은 듯 담담했던 그 노래를 해금으로 불러보고 싶다고 마음먹은 일이 생각났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후 동년배이자 녹록지 않은 한국사를 비슷하게 겪은 윤이상까지 자연스레 범위를 넓히게 됐다.
[서울=뉴시스]해금 연주자 천지윤. (사진=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제공) 2022.01.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는 2월8일에는 에세이 '단정한 자유'를 출간한다. 음악, 연극, 미술, 철학의 경계를 넘어 자신을 실험해봤던 젊은 날부터 해금 연주자로 음악인의 세계, 창작국악그룹 '비빙' 활동으로 방문한 이국 도시에 대한 감상, 꾸준한 운동, 엄마와의 대화 등 천지윤의 다채로운 세계를 풀어냈다.
특히 이날치의 장영규 감독이 이끌었던 '비빙'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한 8년여의 세월은 값진 경험이었다. 전통악기 연주자와 소리꾼, 음향감독 등 8명으로 이뤄진 단체로, 주로 유럽 등 해외 무대에서 활동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연주하고 호주 페스티벌, 파리 여름 축제, 런던 올림픽은 물론 소치 등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어요. 다만 활동은 길었는데 음반을 못 냈죠. 남아있는 자료가 없어 너무 아쉬웠고, 제 안에 남아있는 여행기를 쓰고 싶었어요. 장영규 감독님이 요리를 좋아해서 숙소에서 요리도 많이 했고, 코앞에서 비행기를 놓쳐 공항에서 노숙하는 등 에피소드가 많아요."
20대 후반이었던 2009년에 합류한 '비빙' 활동은 그의 세계를 넓히는 기회였다. "국악계 안에서, 악단에만 있었다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위)해금 연주자 천지윤, 기타리스트 박윤우, 클라리네티스트 여현우. (아래)천지윤, 피아니스트 조윤성. (사진=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제공) 2022.01.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롤모델은 가야금 명인 황병기…"실험적·대중적 조화 이루며 개척하고파"
"음악적으로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하면서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어요. 음악적 성취를 느끼고 테크닉을 몸 안에 각인할 수 있었지만, 이걸 즐길 수 있는 건 소수였죠.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하되, 조화를 이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해금을 친숙하게 느끼고 일상적으로 즐겼으면 했죠. SNS로 소통하고 책도 내면서 해소되는 느낌도 들어요."
2019년부터 4년째 이어오고 있는 '서재 콘서트'도 그의 대표 콘텐츠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그는 자신의 집 서재에 예술인 지인들을 초대해 음악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콘서트를 열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소프라노 이윤정, 소리꾼 이희문, 국악밴드 상자루, 앙상블 리릭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다.
[서울=뉴시스]해금 연주자 천지윤. (사진=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제공) 2022.01.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저는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하는 시간에 세상은 돌아가고, 사람들은 연결되고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들었어요. 친구를 불러 온라인 콘서트를 해보자고 한 게 '서재 콘서트'였죠. 경력 단절이 두려워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저의 서재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졌죠. 이제는 중요한 저의 정체성이 됐어요."
어느새 11살이 된 아들은 엄마의 조력자가 됐다. 히사이시 조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등 커버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골라준다.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좋죠. 때로는 피디, 때로는 매니저 같아요.(웃음)"
더 많은 대중과 만나며 실험도 이어가겠다는 그는 "나이 들어서도 현장에 계속 있고 싶다"며 "음악뿐만 아니라 좋은 메시지를 많이 전하고 싶다"고 했다.
롤모델은 가야금 명인 황병기다. 기존의 가야금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놓으며 국악계의 새로운 모델이 된 음악가이기에, 그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시대는 계속 변하잖아요. 제가 연주를 시작했을 때랑 지금도 많이 달라져 있어요. 저도 그 안에서 새롭게 계속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해금이 낯설고 어렵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특별하다고 하죠.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다른데, 해금을 새롭고 신선한 장르로서 개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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