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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폭발·사이버 공격·러 가스 중단 모두 확전 조짐

등록 2022.04.29 12: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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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사용 언급 잦아지자 서방도 대비책 강구중

러, NATO 확산 막기 위해 우크라 침공 강조하나

서방 러 우크라 축출 넘어 전쟁 능력 무력화 노려

독일 등 '러 승리 방지'와 '러 패배'는 다르다며 우려

[서울=뉴시스] 26일(현지시간) 몰도바의 친러 분쟁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 라디오 방송 송신탑 2개가 공격을 받아 파괴돼 있다. (사진 출처 : NEXTA TV 트위터) 2022.04.26.

[서울=뉴시스] 26일(현지시간) 몰도바의 친러 분쟁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 라디오 방송 송신탑 2개가 공격을 받아 파괴돼 있다. (사진 출처 : NEXTA TV 트위터) 2022.04.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9주 동안 전쟁이 우크라이나 내부에만 국한되도록 노력해왔으나 다른 나라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확산 우려는 현재까지 인접국과 사이버공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으로까지 확대돼 있다.

최근 3일 동안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능력을 앞으로 몇 년 동안 다른 나라를 침공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으며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를 "협박"으로 규정했다. 러시아가 다음 표적으로 삼는 몰도바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러시아내 가스 저장고와 미사일 공장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거나 우크라이나군의 직접 공격을 당했다.

러시아는 갈수록 자주 핵무기 보유량과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래식 러시아군 전력이 더 이상 굴욕적 패배를 당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노골적 경고다.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준비중이라는 움직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미 러시아의 핵실험이나 흑해 또는 우크라이나 영토내에서 시범적으로 터트렸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검토하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러시아의 핵위협 질문을 받자 "전쟁이 지금보다 더 악화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핵으로까지 악화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대로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자신들의 우려가 전쟁이 길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 이스라엘, 터키 지도자 등이 주선했던 휴전이나 외교적 해결 협상 노력은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의 포격전에 집중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영국 채텀하우스 로빈 니블렛 소장은 "푸틴이 물러설 생각이 없고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여서 유혈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유럽국들은 부차 등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벌어진 학살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를 도와 러시아를 패배시키려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 심지어 독일도 태도를 바꿔 대포와 장갑차를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 유럽안보프로그램 책임자 세스 존스는 27일 "전쟁 확산 우려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 사상자가 갈수록 늘고 있고 미국이 사상자를 늘릴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러시아군 정보국이 NATO 회원국 영토내의 무기 수송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간 소통 채널은 아직 일부 유지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27일 오전 자국민 억류자들을 교환했다. 이 교환은 터키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냉전시대 방식이 되살아난다는 느낌을 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임을 보여준 것이다.

프린스턴대 교수 겸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티븐 코트킨은 최근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를 서서히 서방에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실패했다면서 "냉전 종식이 신기루가 됐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푸틴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침공이 "푸틴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국을 달성하려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전쟁은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블링컨 장관 표현대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국경으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철수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비행금지조치가 미국과 러시아 조종사간 교전을 촉발할 수 있다며 거부해왔다. 푸틴대통령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비난하면서도 NATO 회원국 영토 내 공급선은 공격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절제가 무너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급을 중단한 것은 러시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크게 의존하는 독일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분명한 경고다. 강력한 경제 무기로 총 한 방 쏘지 않고 올 겨울 동유럽과 서유럽에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 당국자들은 NATO 회원국들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우연이든 아니든, 푸틴 대통령의 반격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미 정부의 기존 발언 한계를 넘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인해 전략적으로 약화되기를 원한다고 말한 뒤에 나온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까지 약화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해 미국이 러시아 군사력의 몇 년 동안 약화시키려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푸틴이 권좌에 있는 한 그렇게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국이 러시아에 미사일과 탱크 제조에 필요한 중요 전자부품 수출을 금지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 나온 조치다.

일부 유럽국가들은 미국이 전쟁 목표를 우크라이나 방어를 넘어 러시아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확대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침공이 NATO부터 러시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러시아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미 정부 당국자들은 오스틴 장관의 발언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장기 전략 목표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푸틴이 생각을 고쳐 재차 침공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과거의 발언을 강조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유럽 당국자들인 오스틴 장관의 발언이 전선 확대를 포함하는 장기 소모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안보전문가 프랑세즈  에스부르는 "오스틴 장관이 실수한 건가, 아니면 우리가 확전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면서 "우크라이나에 곡사포 등 중화기를 지원하는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부르는 "그러나 전쟁 목표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러시아 군사력을 약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쟁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앞으로 몇 주 내 스웨덴과 핀란드가 NATO 가입을 신청하게 되면 푸틴은 이를 저지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다만 두 나라의 가입 절차는 모든 NATO 회원국이 동의해야 하기에 몇 개월 이상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가 두 나라를 위협할 수도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31번째 및 32번째 NATO 회원국이 된다는 점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니블렛 소장은 푸틴이 지난 20년 동안 반대해 왔음에도 NATO가 다시 확장되면 "러시아와의 대립 전선이 보다 선명해진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당연히 전쟁이 자국에까지 확산할 것을 염려하기에 가입하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저녁 라디오 연설에서 여러번 확전가능성을 언급했다. 2주전 NATO의 추가 지원을 요청하면서 "러시아를 멈추지 않으면 동유럽 전체를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그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목표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넘어 NATO 군대와 무기를 1997년 이전까지 회원국이 아니던 나라들로부터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가 핵전쟁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서방이 너무 압박하지 말라고 강조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러시아의 이같은 주장에 오래도록 푸틴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해온 독일이 동조하고 있다고 독일 전문가 울리히 스펙이 말했다. "러시아가 승리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가 패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에 "푸틴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 부치면 궁지에 몰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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