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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두개골은 망치라서 뇌진탕 안걸려"…오랜 가설 뒤집혔다

등록 2022.07.15 14:51:38수정 2022.07.15 16: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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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엔 충격완화 구조 없어…오랜 가설 반박

수백만 년간 충돌에 최적화 된 두개골로 진화

뇌진탕 일으키려면 2배 더 빠르게 충돌해야해

[버지니아주=AP/뉴시스] 2020년 12월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브리스톨의 슈가 할로우 파크에서 붉은배딱따구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2022.07.15

[버지니아주=AP/뉴시스] 2020년 12월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브리스톨의 슈가 할로우 파크에서 붉은배딱따구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2022.07.15


[서울=뉴시스]문채현 인턴 기자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딱따구리가 나무에 부리를 쪼아댈 때 그들의 두개골에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벨기에 한 대학의 연구는 이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학 샘 반 바센베르크 교수 연구팀은 이날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딱따구리가 머리를 부딪히는 행동을 할 때 두개골은 충격을 흡수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딱따구리의 두개골 내부와 그 주위에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물이 있다"는 이론이 정설이었다.

연구를 이끈 바센베르크 교수는 "동물원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이를 사실로 제시하고 있다"며 "심지어 (이 가설은) 미식축구 헬멧과 같은 충격 흡수 재료 및 장비 공학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딱따구리의 모습을 고속 촬영해 영상을 분석한 뒤 이 오랜 믿음에 이의를 제기했다.
[서울=뉴시스]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학 샘 반 바센버그 교수 연구팀은 14일(현지시간) 딱따구리가 머리를 부딪히는 과정에서 받는 충격을 연구했다. 초고속 촬영 결과 부딪히기 전(왼쪽)과 부딪힌 직후(오른쪽) 눈, 부리, 뇌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된 논문 자료 영상 캡처) 2022.07.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학 샘 반 바센버그 교수 연구팀은 14일(현지시간) 딱따구리가 머리를 부딪히는 과정에서 받는 충격을 연구했다. 초고속 촬영 결과 부딪히기 전(왼쪽)과 부딪힌 직후(오른쪽) 눈, 부리, 뇌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된 논문 자료 영상 캡처) 2022.07.15.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3종의 딱따구리를 두 마리씩 총 6마리의 영상을 분석했다. 딱따구리의 부리와 눈의 위치를 통해 뇌 위치를 추정했고 각각의 위치를 표시했다.

영상 분석 결과 "딱따구리는 충격을 흡수하지 않고 머리 자체를 '망치'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뇌진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약 딱따구리의 두개골 주위 구조물이 자동차의 에어백처럼 충격이 뇌에 도달하기 전에 먼저 흡수했다면 딱따구리의 뇌는 부리에 비해 더 느리게 감속해야 한다.

하지만 뇌와 눈, 부리는 모두 같은 속도로 감속했다. 오히려 뇌가 더 빨리 감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딱따구리가 쪼는 행동을 하는 동안 어떤 충격도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센베르크 박사는 "딱따구리가 나무에서부터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한다면 그들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딱따구리는 충격 흡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왔다"고 말했다.

남은 수수께끼는 "딱따구리의 뇌가 반복되는 충격을 어떻게 견뎌내냐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딱따구리 두개골이 받는 충격을 계산하기 위해 이들의 움직임과 두개골의 모양·크기에 기초해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딱따구리가 받는 충격이 영장류에게 뇌진탕을 일으키는 충격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

딱따구리들이 뇌진탕에 걸리기 위해선 현재보다 2배 더 빠르거나 혹은 4배 더 단단한 나무를 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사는 "딱따구리는 인간보다 훨씬 작다"며 "작은 동물들은 더 강한 감속 상황에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모든 수수께끼를 해결하진 못했다. 딱따구리가 쪼는 동안 두개골과 부리가 어떻게 그렇게 강한 경직성을 유지하는지, 그리고 뇌 손상을 완화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뉴욕 공과대학 마이클 그라나토스키 교수는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이 동물 행동에 대한 가설을 제시할 때 그들은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그들 옆에 있는 동물 모형을 들여다본다"며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사실은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연구는 후에 얼마나 많은 발견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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