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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vs '일대일로'…중앙亞선 세력 경쟁 [푸틴 방중 5대 포인트④]

등록 2024.05.15 12:00:00수정 2024.05.15 15: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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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 군사-경제 협력과 경쟁 공존

러, 앞마당에서 중국은 영향력 키워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각)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4.05.15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각)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4.05.15

[서울=뉴시스]구자룡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하루 전 5번째 임기에 취임한 뒤 처음 참석한 국제회의로 EAEU 출범 10년 기념 정상회의였다.

마침 이 날은 5년만에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세 번째 방문국인 헝가리를 방문한 날이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10주년 행사에 유럽연합(EU) 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EU와 중국을 동시에 겨냥하는 러 주도 EAEU 

EAEU는 구소련 연방 해체로 위상이 추락한 구소련이 중앙아시아에서 경제적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2001년 결성한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EC)의 후신으로 2015년 1월 출범했다.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중 5개국이 정회원, 쿠바 몰도바 우즈베키스탄 등 세 곳이 옵서버 국가다.

‘중앙아시아판 세계무역기구(WTO)’로 만들어 역내 자본 상품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는 EAEU는 처음 출발은 유럽연합(EU)의 영향력에 맞서는 것이었다.

푸틴은 8일 회의에서 “EAEU 회원국간 상호무역 규모가 10년간 450억 달러에서 890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했지만 개별 회원국은 중국과의 교류가 늘어나는 등 원심력이 커지는 형국이다.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이 확대되면서 EAEU는 EU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역내 주도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시 주석이 친중 성향의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방문하는 사이 푸틴은 러시아 세력권내 결속을 다지는 회의를 가진 것이다.  

일대일로 앞세워 러시아 앞마당 파고드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9일 슈요크 티마시 헝가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공동 건설의 틀 안에서 다양한 분야 협력을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슈요크 대통령은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일대일로를 주창한 시 주석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카자흐스탄은 EAEU 회원국이지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해외 진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정을 발표하면서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을 밝히는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돼 일대일로와 카자흐스탄과는 남다른 인연도 있다. 

앞서 푸틴이 8일 회의에서 “EAEU가 다극체제의 중심에 있다”고 한 것은 서쪽의 EU와 동쪽의 중국 사이에 있는 중앙아시아의 독자성을 강조한 것으로 양측을 모두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AEC와 EAEU에 중국은 참여하고 있지 않다.

푸틴, 일대일로 지지하는 복잡한 속내 

푸틴은 지난해 10월 열린 베이징 일대일로 10주년 행사에 참석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생각과 일치한다”며 지지를 약속했다.

중-러 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대하면서 권력 중심이 다양한 ‘다극화 세계 질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은 더욱더 정의롭고 포괄적이라며 일대일로를 새로운 세계 질서의 기반으로 만드는 구상을 담은 백서 2권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는 ‘모두가 장작을 넣으면 불꽃이 더 높이’ 치솟는 윈-윈(모두가 이득을 보는)의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공격적 대외 경제정책은 일부 국가를 부채의 늪으로 빠트린다는 비판을 받지만 막강한 자본력의 위력은 러시아의 턱밑으로 파고드는 상황이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와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잇는 고속철도는 총 길이 320km 중 100km 가량만 건설됐으나 중국 자본의 투자로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은 이번 세르비아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첨단 무기 수출 파트너로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세르비아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중국산 무기를 운용하는 국가로 소련 기술에 기반을 둔 군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아시아 및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이 경제에서 군사 분야로 확대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국력 격차 커지는 중-러

세계은행에 따르면 구소련 해체 직전인 1989년 중국과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는 각각 4610억 달러와 5065억 달러로 러시아가 높았으나 구소련 해체 후 역전됐다.

2022년 러시아의 구매력 평가기준 GDP는 5조5000억 달러로 중국 30조 3300억 달러의  
18%였다. 양국간 국력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로서는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자본력과 일대일로를 앞세워 앞마당 격인 중앙아시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 지역 국가들의 중국의존도가 높아지면 점차 중국 경제 세력권화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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