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총리 저격범은 작가…민간보안업체 근무"
피초 총리 저격범 71세 남성 작가…시집 3편 출간
슬로바키아 작가협 "회원 맞다…신원확인 뒤 제명"
용의자 子 "범행 이유 모른다…합법적 총기 소유"
[한들로바=AP/뉴시스] 마투시 슈타이에슈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이 총리 저격범이 71세 작가라고 15일(현지시각) 밝혔다. 같은 날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180㎞ 떨어진 마을 한들로바에서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한들로바에서 경호원이 피초 총리를 차량으로 옮긴 모습. 2024.05.16.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마투시 슈타이에슈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이 총리 저격범이 71세 작가라고 15일(현지시각) 밝혔다. 같은 날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180㎞ 떨어진 마을 한들로바에서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AFP, 악투알리티스크 등 외신을 종합하면 슈타이에슈토크 장관은 이날 "내가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피초 총리를 저격한 혐의로 구금된 용의자는 유럽 국가 중부 출신의 71세 작가"라고 발표했다. 복수의 보도를 종합하면 용의자는 슬로바키아 레비체 출신으로 추정된다.
70대 남성 용의자는 DUHA(무지개) 문학 클럽의 설립자로 전해진다. 시집 3권을 쓴 작가로 알려진 용의자는 슬로바키아 작가협회 회원으로 알려졌다. 작가협회는 "그가 2015년부터 회원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신원이 확인되면 이 비열한 사람의 회원자격이 즉시 취소될 것"이라고 전파했다.
용의자의 아들은 악투알리티스크에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는 아버지는 (피초 총리가 속한) 방향-사회민주당(SMER-SD·스메르)에 투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들로바=AP/뉴시스]15일(현지시각) 슬로바키아 한들로바에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총격당한 현장에서 한 남성이 체포되고 있다. 복부에 총상을 입은 피초 총리는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았다. 마투시 슈타이에슈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초기 수사 결과 총격범은 5발을 발사했으며 이는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암살 시도"라고 말했다. 2024.05.16.
또 용의자가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했다고 전했다. 그는 민간보안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신 병력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슈타이에슈토크 장관은 총리 저격범이 지난달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동기를 품고 범행했다고 알렸다.
용의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정치적 발언을 게시한 적이 경력이 있다고 AFP는 짚었다. 그는 8년 전 영상에서 "세계는 폭력과 무기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이 미쳐가는 것 같다"거나 이민과 관련한 우려, 증오와 극단주의를 언급하며 유럽 정부는 이 같은 현안에 대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영상에서 레비체에서 폭력 반대 운동 단체를 설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단체는 SNS에 "사회 폭력 확산을 막는 것이 목표인 신흥 정당"이라며 "유럽에서 전쟁과 증오와 확산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반스카비스트리카=AP/뉴시스]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피격 후 치료 받고 있는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카의 F.D.루스벨트 대학병원에서 응급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4.05.16.
피초 총리는 총격 발생 뒤 헬리콥터로 반스카비스트리차로 이송돼 수술받았다. 생명이 위중하다고 알려졌던 피초 총리는 수술이 잘 돼 호전된 상태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피초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2006~2010년 첫 임기를 시작으로 2012~2018년 연속 집권 등 과거 세 차례 총리를 지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했고, 지난달 한 공영 방송사를 폐지하려는 개혁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몇 주 동안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이날도 야당 주도로 집회가 예정됐지만 취소됐다.
피초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해 왔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다만 지난 1월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를 만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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