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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어느덧 44년, 유족으로 산다는 것…그립고 사무치고

등록 2024.05.17 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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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나보낸 유족들의 아픔과 설움 커

"남편·자식 없는 삶,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난 벌써 이렇게 늙어버렸는데…보고싶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故) 임은택 열사의 부인 최정희 여사가 먼저 떠나보낸 남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2024.05.17. pboxer@newsis.com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故) 임은택 열사의 부인 최정희 여사가 먼저 떠나보낸 남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2024.05.17.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나는 벌써 이렇게 늙어버렸는데…"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먼저 가족을 떠내보낸 이들의 가슴 사무치는 울음이 이어졌다.

고(故) 임은택 열사의 부인 최정희 여사는 늠름한 모습의 젊은 청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임 열사의 영정사진을 한없이 어루만졌다.

1980년 5월21일 담양에 거주하던 임 열사는 광주에서 군인들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수금하러 광주로 갔다. 광주에 볼일이 있던 지인들과 차를 타고 가던 그는 멀리 총소리를 듣고 차를 돌렸지만 이내 군인들에게 따라잡혔다.

군인들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임 열사는 그렇게 열흘 뒤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최 여사는 "수금하러 간다기에 저녁밥을 안치던 참이었는데 남편은 밥도 안 먹고 나갔었다"며 "그렇게 집을 나선 남편은 밥이 다 식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안 간 데 없이 찾아 헤매 싸늘하게 식은 시신으로 만났다"고 울먹였다.

홀로 삼남매를 키우면서 말하지 못할 한을 안고 살았다. 남편의 묘비를 부여잡은 최 여사는 "나는 이미 이렇게 늙었다. 우리 다시 만나게 되면 삼남매 잘 키웠다. 고생했다. 그리말해주오"라고 속삭였다.

비슷한 시각 고 김안부 열사의 부인 김말옥 여사도 남편 없이 홀로 자식을 키워낸 설움을 토해냈다

그간 둔기 등에 의한 사망으로 알려진 김 열사는 최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5월20일 광주역 집단 발포보다 하루 전인 19일 오후 10시 이후 총상으로 숨진 것으로 정정, 최초 총상 사망자가 됐다.

김 여사는 "보고싶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보고싶다"고 했다. 사남매를 남편 없이 키워낸 김 여사는 "다시 그렇게 살라고 하면 못산다"며 남편 없는 서러운 삶을 짧게 표현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故) 장재철 열사의 어머니 김점례 여사가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고 있다. 2024.05.17. pboxer@newsis.com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故) 장재철 열사의 어머니 김점례 여사가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고 있다. 2024.05.17. [email protected]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들도 44년이 흐른 오늘 또 눈물을 훔쳤다.

고 장재철 열사의 어머니 김점례 여사는 빛바란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듬고 또 보듬었다.
 
장 열사는 1980년 5월23일 광주 화순간 도로 봉쇄작전 중인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당시 수습대책위원으로 의료반 운전원으로 편성돼 흰 가운을 입고 병원차에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던 중이었다. 총격을 받고 차에서 내린 뒤 기어서 벽돌공장 안까지 갔지만 다시 총격을 받았다.

사망 이후 현장에 방치됐던 시신은 다음날인 24일 전남도청으로 옮겨졌다가 26일 가족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됐다.

김 여사는 "도청에서 가운을 걷으니 아들이 입고 갔던 옷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어찌 아들을 잊겠는가, 잊을 수 없지. 이제는 나도 너무 늙었고 힘들다"며 떠나간 아들을 그리워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故) 김안부 열사의 부인 김말옥 여사가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4.05.17. pboxer@newsis.com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故) 김안부 열사의 부인 김말옥 여사가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4.05.17.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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