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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5·18 44주기 추모 절정

등록 2024.05.17 14:44:24수정 2024.05.17 17: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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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객 발걸음 이어지는 국립5·18민주묘지

초등학생부터 백발 노인까지 손마다 국화꽃

"오월 영령 숭고한 뜻 잊지 않겠습니다" 다짐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가 추모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4.05.17.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가 추모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4.05.17.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노랫말처럼, 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압니다."

5·18민주화운동 제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푸르른 잔디 위로 우두커니 솟아있는 995기의 묘비들이 5월을 맞아 찾아온 추모객들을 반겼다. 추모 열기가 절정에 다다르면서 한때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묘역은 평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묘역에는 공식 참배곡 님을 위한 행진곡이 쉼없이 울리면서 참배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백발의 어르신부터 앳된 꼬마까지 무거운 표정으로 헌화·묵념했다.

헌화를 마친 참배객들은 저마다 흩어져 열사들의 묘소로 향했다. 시민군 대변인 고(故) 윤상원 열사를 비롯, 광주지역 최초 희생자 고 김경철씨와 헌혈 도중 계엄군의 흉탄에 숨진 고 박금희씨 등 묘소가 붐볐다.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도 고사리손에 국화꽃을 들고 열사들의 묘소를 찾았다. 한 학생은 자신이 찾는 열사의 묘소가 맞는지 머뭇거리며 확인한 뒤 수줍게 헌화했다. 동행한 담임선생은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학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4.05.17.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학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4.05.17. [email protected]

외국인 참배객들도 줄을 이었다. 일본의 한 여행사의 5·18 역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본인 참배객 8명은 묘역 곳곳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동행한 과거 일본 언론인 출신 참배객들도 해설사를 향해 열사들의 행적을 물으며 참배를 이어나갔다.

가슴 사무치는 기억을 안고 묘역을 찾은 유족들은 또다시 묘비를 부여잡았다.

고 임은택씨의 부인 최정희 여사는 늠름한 모습의 젊은 청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영정을 한없이 어루만졌다. 항쟁 당시 담양에 살던 임씨는 1980년 5월 21일 광주로 향하던 중 외곽 지역에서 경계를 서던 계엄군의 흉탄에 맞아 숨졌다. 임씨는 숨진 뒤 열흘이 지나고서야 광주교도소 주변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최 여사는 영정을 향해 "우리 다시 만나게 되면 삼남매 잘 키웠다고 해주오"라고 하염없이 속삭였다.

고 장재철 열사의 어머니 김점례 여사도 아들의 영정을 보듬었다. 수습대책위원 의료반 운전원이었던 장 열사는 1980년 5월23일 광주 화순간 도로 봉쇄작전 중인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부상자들을 실어나르다 숨진 그의 사연은 계엄군의 잔혹성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지표다.

김 여사는 "어찌 아들을 잊겠는가, 잊을 수 없지. 이제는 나도 너무 늙었고 힘들다"며 떠나간 아들을 그리워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김용인(11·백수서초)군이 5·18 희생자 류영선씨의 묘소 앞에 헌화하고 있다. 2024.05.17.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김용인(11·백수서초)군이 5·18 희생자 류영선씨의 묘소 앞에 헌화하고 있다. 2024.05.17. [email protected]


참배객들은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에서 온 참배객 하사다 키요시(85)씨는 "예전 5·18 당시 광주의 모습을 영상으로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면서 "언젠가는 꼭 광주에 오고 싶었다. 이렇게 오늘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 당한 이들의 사연 하나하나 모두 안타깝다"며 "5·18 희생이 헛되지 않게 기억을 이어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자(62·여)씨도 "지인의 부탁으로 고 박관현 열사의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봉사활동으로 온 적 외 참배하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참배객으로서 온 민주묘지는 어딘가 모르게 뭉클한 곳이다. 숨진 열사들의 뜻이 오롯이 전해지는 기분"이라고 참배 소감을 밝혔다.

전남 영광에서 온 김용인(11·백수서초)군은 "아직 5·18을 정확히 모르지만 단 하나 똑바로 알고 있는 것은 열사들의 용기있는 희생으로 오늘날의 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석(45)씨도 "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완수가 이뤄지는 그날 오월 영령의 숭고한 뜻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4.05.17.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4.05.17.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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