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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4주년 기념식 거행…尹, 헌법전문수록 언급 없었다(종합2보)

등록 2024.05.18 15:54:51수정 2024.05.18 18: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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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헌신' 학생 희생자 조명, 미래 세대가 잇는다

추념 영상엔 뒤섞인 오월 영령 사진 '빈축'…"사죄"

또 빠진 "헌법전문 수록"에 지역사회 실망감 역력

[광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05.18. chocrystal@newsis.com

[광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05.18.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박기웅 이영주 김혜인 기자 = 오월 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이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기념식에선 44년 전 불의에 끝까지 맞서거나 이웃을 위해 피까지 나눈 의로운 학생들이 '오월의 희망'으로 되살아났다.

어린 오월영령을 추념하는 영상에 엉뚱한 다른 희생자 사진이 담겨 논란이 일기도 했다. 3년 연속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 역시 5·18 정신 헌법 전문(前文) 수록이 빠져 아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광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오월어머니회 회원, 유족 등 참석자와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2024.05.18. chocrystal@newsis.com

[광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오월어머니회 회원, 유족 등 참석자와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2024.05.18. [email protected]


'오월, 희망이 꽃피다'

'오월, 희망이 꽃피다'를 주제로 열린 국가보훈부(보훈부) 주관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5·18민주유공자, 유족과 정가 주요 인사, 학생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참석했다.

기념식은 국민의례, 추모 시 낭독, 경과보고, 추모곡 독창, 기념사, 대합창,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장에 5·18 유가족과 그 후손들과 민주의문을 통해 입장, 함께 헌화·분향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광주가 하나 돼 항거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 있다"며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그날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묵묵히 오월의 정신을 이어오신 5·18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기념식에서는 5·18 항쟁의 의의와 가치를 기억·계승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오월 영령이 지켜낸 희망 위에서 꿈을 이어갈 미래세대들은 유족·국민에게 '오월 주먹밥' 같은 이팝나무꽃을 건네며 위로와 희망을 전했다.

기념식은 참석자가 함께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쳤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도 서로 손을 맞잡고 불렀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 '우리의 자유와 번영, 미래를 이끄는 오월정신'이라고 썼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2024.05.18.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2024.05.18. [email protected]


'오월의 희망' 꿈꾼 학생 희생자들 조명

기념 공연에서는 불의에 맞선 용기, 이웃에 피까지 나누는 대동정신을 몸소 실천한 학생 희생자들이 전면에 섰다.

끝까지 항거한 신학도 시민군 고(故) 류동운 열사, '5·18 희생정신 표상'이 된 고 박금희양의 정신을 돌이켰다.

류 열사가 목사인 아버지에게 생전 전한 '역사가 병들었을 때 누군가가 역사를 위해 십자가를 져야만 이 역사가 큰 생명으로 부활한다'는 말이 소개되자 식장은 숙연해졌다.

'자신이 헌혈한 피가 채 식기도 전에 숨졌다'는 금희양의 사연이 소개되자 식장에 참석한 학생들은 탄식했다. 금희양은 대시민 집단 발포가 있었던 5월21일 오후 부상자를 위한 헌혈에 동참했다가 귀가 도중 계엄군 흉탄에 숨졌다.

이들을 추모하며 울려퍼진 노래 '아름다운 사람'의 가삿말 중 '벌판의 한 아이 달려가네' 구절이 장내를 휘감자 어린 오월영령이 떠오른 듯 눈물 흘리는 유족도 있었다.

광주시립합창단·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희생자들이 못다 품은 희망을 미래 세대가 이어가자는 다짐을 담아 '함께'를 대합창하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광주=뉴시스] 국가보훈부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4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열어 당시 숨진 희생자들을 조명했다. 박금희양의 생애를 조명한 국가보훈부는 금희양의 헌혈 카드 사진(사진 왼쪽)을 보이면서 정작 인물 사진은 다른 희생자인 박현숙양의 것을 썼다. (사진 = 광주MBC 갈무리) 2024.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국가보훈부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4주기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열어 당시 숨진 희생자들을 조명했다. 박금희양의 생애를 조명한 국가보훈부는 금희양의 헌혈 카드 사진(사진 왼쪽)을 보이면서 정작 인물 사진은 다른 희생자인 박현숙양의 것을 썼다. (사진 = 광주MBC 갈무리) 2024.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동생 사진이 왜…" 뒤섞인 오월영령 사진 논란


기념식 주관부처 보훈부는 '헌혈 여고생' 금희양의 추념 영상에 다른 희생자 사진을 넣어 빈축을 샀다.

생명이 꺼져가는 이웃을 위해 피까지 나눈 금희양의 생애를 추념하는 영상에는 금희양의 헌혈증과 함께 생전 모습이 담긴 독사진이 붙었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5·18의 또다른 희생자 현숙(당시 16세)양이 항쟁 한달전 촬영한 사진으로 확인됐다. 현숙양은 주남마을 18인승 버스 양민학살 사건(17명 사망·1명 생존)의 희생자다.

기념식장에 참석한 현숙양의 언니 박현옥씨는 금희양의 사연과 동생의 사진이 뒤섞인 영상을 직접 보고선 "또 한 번 상처가 덧났다"고 분노했다.

그는 "어처구니 없고 속상하다. 명색이 정부 기념식인데 제대로 된 확인도 거치지 않은 것이냐"라며 "오월 영령을 위로한다면서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오히려 자극하는 일이 됐다"고 비판했다.

보훈부는 "확인 결과 영상 제작 과정에 착오가 있었다"며 "오늘 해당 유족들을 직접 찾아가 사죄드릴 계획이다. 향후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광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05.18. chocrystal@newsis.com

[광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05.18. [email protected]


또 빠진 '5·18 헌법 전문 수록'…"맹탕·실망"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참석' 약속을 이어갔지만 기념사에선 또 다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 대한민국이 오월의 정신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워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정치적 자유와 인권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고 22대 국회가 곧 개원하는 만큼 구체적 실천 계획이나 여야 논의 촉구 등을 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미치지 못했다.

기념사 직전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시의원들은 기습 손팻말 시위를 벌였다. 의원들은 기념사 내내 '5·18 헌법 전문 수록'이 한 글자씩 적힌 손팻말을 펼쳐 들었다. 일각에선 환호 또는 박수 갈채가 나왔다.

유족과 지역사회 반응도 싸늘하다.

기념공연에서 조명된 류 열사의 동생 류동인(61)씨는 형의 묘소 앞에서 "37년 전 87개헌 당시 오월 정신도 함께 담겨야 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올해도 쭉정이뿐인 맹탕 기념사다. 고작 이런 말뿐일까 한심하다"며 "시민들이 그토록 요구한 이야기는 듣고도 모른 체 하는 것인가"라고 일침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대통령의 3년 연속 기념식 참석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5·18 정신 헌법전문수록이 기념사에서 언급되지 않아 무척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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