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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작가'전시…김미현 vs 박도윤

등록 2025.06.26 08: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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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검은 무지개가 뜬 정원〉 전시 전경. 고전 샹들리에를 연상시키는 구조물은 도자 조각 파편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형성된다. 매끄럽고 정교한 세라믹 표면은 꽃과 뼈, 촉수와 뿌리의 형태를 넘나들며 조각과 장식의 위계를 전복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김미현 〈검은 무지개가 뜬 정원〉 전시 전경. 고전 샹들리에를 연상시키는 구조물은 도자 조각 파편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형성된다. 매끄럽고 정교한 세라믹 표면은 꽃과 뼈, 촉수와 뿌리의 형태를 넘나들며 조각과 장식의 위계를 전복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검은 무지개’가 뜨고, 시간은 반대로 풍화된다. 김종영미술관 별관에서 열린 'CREATIVE YOUNG ARTIST: 창작지원작가'전시는 올해 선정된 김미현, 박도윤 두 작가의 개인전이 나란히 펼쳐진다. 조각과 설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전시로, 김종영(1915~1982)의 추상 조각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획전다.

김미현, 검은 무지개의 환상 정원

김미현 작가의 전시 제목은 '검은 무지개가 뜬 정원'. 동화 같은 이름이지만, 정원 속 조각들은 한눈에 봐도 낯설고 위태롭다. 천장에 매달린 작품은 꽃이면서도 뼈고, 촉수이자 샹들리에다. 섬세한 세라믹 조각들이 하나의 생물처럼 유기적으로 얽혀 있고, 고전 조각을 뒤틀듯 장식적 곡선을 따라 자라난다.
김미현 Moebius Spine, mixed media, 300×120×80, 2025<Helix DNA>, ceramics,steel, 260×55×55cm,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김미현 Moebius Spine, mixed media, 300×120×80, 2025<Helix DNA>, ceramics,steel, 260×55×55cm,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다운증후군, 샴쌍둥이 등 비표준 신체에 대한 조형적 상상에서 출발해, 아름다움과 기괴함, 사랑과 폭력,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그로테스크하게 가시화한다. 특히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을 차용하면서도, 그 질서와 위계를 전복하는 방식은 '21세기 장식의 미학'이라 부를 만하다. 검은 색채의 세공된 질감은 우아하면서도 날카롭고, 조각이 아닌 ‘괴물 식물’처럼 생동하며 뻗어나간다.

박도윤 〈Reverse Weathering〉 전시 전경. 흰 스크린 위에 반복 재생되는 이미지의 조각들. 사라지는 흔적과 불완전한 메시지, 비어 있는 장면들이 이어지며 시간과 감각의 틈을 구성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박도윤 〈Reverse Weathering〉 전시 전경.
흰 스크린 위에 반복 재생되는 이미지의 조각들. 사라지는 흔적과 불완전한 메시지, 비어 있는 장면들이 이어지며 시간과 감각의 틈을 구성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박도윤, 역행하는 풍화, 영상 속 조각

2·3전시실에서 이어지는 박도윤 작가의 전시 'Reverse Weathering'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작가는 자르고, 쪼개고, 흩뿌리는 방식으로 조각을 확장시킨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흰 스크린들이 터널처럼 늘어서고, 영상은 흑백의 번짐으로 감정과 기억의 파편을 시각화한다.
박도윤 <Reverse Weathering>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박도윤 <Reverse Weathering>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의 언어는 침묵 속에서 흘러간다. 침수된 책 더미, 물방울 막 너머 서로를 응시하는 인물들, 사라졌다 되살아나는 발자국. 이 모든 장면들은 '시간의 흔적'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발생한 수많은 ‘사건’으로 제시된다. 조각은 더 이상 물질이 아니라, 이미지의 흐름을 따라 구성된 ‘분절된 감각의 구조’가 된다.

채길원 학예사는 "김미현, 박도윤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예술의 또 다른 면과 마주하며, 아름답고도 추악한 삶의 진실과 우리가 경험했던 삶의 모습을 다른 방식과 각도에서 다시금 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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