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엘리자베스 레더러' 초상화, 3460억 낙찰 깊은 배경

3460억에 팔린 구스타프 클림트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화’, Sotheby‘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금빛 초상화가 다시 시장의 중심을 찔렀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예상가(1억5000만 달러)를 훌쩍 넘어 2억3640만 달러(약 3460억 원)에 낙찰됐다.
침체된 시장에 오랜만에 터진, 말 그대로 ‘금빛 반등’이었다.
이번 결과로 클림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에 이어 경매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화가가 됐다.
그의 이전 최고가는 2023년 ‘부채를 든 여인’의 8530만 파운드(약 1640억 원). 이번 낙찰은 그 두 배 이상이다.
뿐만 아니다. 이 작품은 클림트가 남긴 단 두 점뿐인 전신 초상화 중 하나다. 희귀성 자체가 이미 시장의 시그널이었다.
그림 속 여인은 누구인가…금빛 뒤의 비극
그러나 작품의 화려한 표면과 달리, 그 뒤의 역사는 비극에 가깝다.
레더러 가문은 나치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도피했고, 가문의 주요 컬렉션은 몰수됐다. 친척 아델레 브로흐-바우어의 초상은 수십 년에 걸친 법정투쟁 끝에 환수된 것으로 유명하다.
클림트의 금빛 아래에는 유럽 20세기 초 비극의 그림자가 겹쳐 있다.
레너드 로더 컬렉션…한 ‘개인 시대’의 종료
그가 2024년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방대한 컬렉션이 시장에 천천히 흘러들고 있다.
이번 낙찰은 그 흐름 중 가장 강렬한 장면이다. 사적 컬렉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작품이 다시 세계 시장으로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1916년의 장식성, 2025년의 질문
동아시아적 모티프, 수공적 패턴, 황금빛의 층위들. 장식은 장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19세기 말 빈의 불안, 욕망, 계층, 여성 초상화의 권력성이 그 밀도 속에 겹쳐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이, 2025년 경매장에서 다시 깨어났다.
지금 미술시장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시장은 매번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지만 끝내 결정하는 요소는 늘 같다.
희귀성, 이야기, 역사.
콤비네이션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가격은 다시 ‘역사’가 된다.
클림트의 금빛은 그 조건을 모두 갖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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