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불타 사라진 태조어진, 디지털로 되찾다… 고궁박물관 보존과학 20년

등록 2025.12.02 15:40:44수정 2025.12.02 16:54: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국립중앙박물관 20주년 특별전 '리본:시간 잇는 보존과학'

유물의 시간을 연장하고, 밝히고, 되살리는 여정으로 구성

태조 어진 복원 과정 첫 공개…거대한 보존과학실로 구성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보존과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언론공개회를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갖고 '태조어진' 디지털 복원본을 선보이고 있다. 2025.12.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보존과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언론공개회를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갖고 '태조어진' 디지털 복원본을 선보이고 있다.  2025.1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디지털 초상화 속 태조 이성계(1335~1408)는 붉은색 곤룡포 차림의 중년의 왕 모습이다. 조선왕조의 정통성과 왕권을 상징하는 대표 어진(御眞) '태조 어진'이 국립고궁박물관 보존과학 20년의 연구·기술을 통해 다시 관람객 앞에 섰다.

태조 어진은 역사적으로 여러차례 화재를 겪으면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본은 절반 가량 소실됐다. 현재 온전한 태조 어진은 전주 경기전에 봉안된 어진이 유일하다. 고궁본은 얼굴과 문양 등이 크게 훼손돼 실물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3일부터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관 20주년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을 개최한다. 내년 2월 1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에서는 불에탄 고궁본 태조어진이 1910년대 유리건판 사진, 전주 경기전 봉안본과 결합해 디지털 이미지로 완성된 복원도가 네개의 대형 디지털 패널을 통개 공개된다.

이현주 학예연구관은 2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태조어진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부산 창고에서 난 화재로 절반이 소실됐다"며 "2013년 진행된 복원 프로젝트를 토대로 제작된 복원도 자체는 이전에도 전시된 적이 있지만, 복원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태조어진' 디지털복원은 1910년대 유리건판 사진과 전주 경기전 봉안본을 토대로 2013년에 이뤄졌다. 확보된 디지털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고궁본의 장년상 얼굴은 경기전 봉안본의 노년상과 용안의 외곽선·이목구비 비례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관은 "우리나라 초상화는 '터럭 하나 틀리지 않게'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기록을 조사해보니 고궁본은 세종 때 홍포(붉은 옷)로 바뀌면서 장년의 모습으로 새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얼굴을 OHP 필름으로 겹쳐 보니 정확히 들어맞아 (연구자 입장에서도) 흥미로웠던 프로젝트였다"고 회상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보존과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언론공개회를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갖고 보존처리가 완료된 대한제국(추정) 유물인 '옥렴'과 '옥주렴'을 최초 공개하고 있다. 2025.12.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보존과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언론공개회를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갖고  보존처리가 완료된 대한제국(추정) 유물인 '옥렴'과 '옥주렴'을 최초 공개하고 있다.  2025.12.02. [email protected]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은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박물관의 핵심 공간 '보존과학실'의 연구·처리 성과를 중심으로, 20년간 왕실·황실 유산을 되살려온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낡은 유물을 복원하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유산의 생명과 가치를 미래로 잇는 과정으로서 보존과학을 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연구관은 "유물의 후면에서 이뤄지는 보존처리, 분석 연구, 복제 과정까지 20년간 축적된 보존과학의 흐름을 ▲시간을 연장하고 ▲밝히고 ▲되살리는 '세 가지 여정'으로 구성했다"며 "보존과학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유산의 시간과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실은 하나의 거대한 보존과학실로 재구성됐다. 이 연구관은 "평소 관람객이 볼 수 없는 보존과학실을 전시장으로 확장한 설정"이라며 "유산이 어떻게 다시 태어나고 그 시간을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1부 'LAB 1. 보존처리, 시간을 연장하다'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대한제국기(추정) 유물 '옥렴'을 비롯해 보존처리를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유물들이 소개된다.

옥렴은 옥(구슬)으로 '희(囍)'자와 기하학적 무늬를 표현한 발(簾) 형태의 유물로,  연결끈이 끊어지고 구슬 일부가 탈락한 상태였다. 박물관은 끊어진 끈의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보존 처리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게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재보존처리를 거친 '색회꽃무늬항아리', 현종비 황세자빈 책봉 교명, 경종 왕세자책봉 교명, 호갑 등도 전시돼 지난 20년 간 이뤄진 주요 보존 처리 사례를 펼쳐놓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보존과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언론공개회를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갖고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X선 투과조사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2025.12.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보존과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언론공개회를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갖고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X선 투과조사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2025.12.02. [email protected]


'LAB 2. 분석연구, 시간을 밝히다'에서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문화유산의 제작기법과 연대를 규명해온 과정을 다룬다.

2023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X선 투과 조사 등 다양한 과학 조사로 내부 구조와 제작기법을 밝혀낸 사례다. 전시장에는 상자 옆에  X선 조사 결과를 확대해 볼 수 있는 돋보기가 설치돼, 관람객들이 내부 구조를 직접 들여다보듯 확인할 수 있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 '어보'는 현미경, 방사선 조사를 통해 1924년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관은 "2015년 미국에서 '덕종 사시호 금보'를 반환받은 뒤 3년간 어보들을 전수 분석한 결과, 해당 어보는 15세기 양식으로 만들어진 1924년 제작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보존과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언론공개회를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갖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인 '어보'를 선보이고 있다. 2025.12.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보존과학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전 'RE:BORN, 시간을 잇는 보존과학' 언론공개회를 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갖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인 '어보'를 선보이고 있다.  2025.12.02. [email protected]


'LAB 3.복원·복제, 시간을 되살리다''에서는 문헌연구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소실된 태조어진의 디지털 복원본을 새롭게 선보인다. 전주 경기전에 봉안된 온전한 태조어진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훼손본, 1910년대 유리건판 사진이 어떻게 결합해 하나의 디지털 초상화로 되살아났는지 복원 과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전시장 곳곳에는 관람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마련됐다.

관람객이 관심있는 보존 과학 관련 키워드를 선택하면, 그 결과에 따라 가장 적절한 보존처리 방향이 제안되는 방식이다. 보존과학자가 유물을 대할때 어떤 관점과 질문으로 접근하는지 그 사고 방식을 쉽게 경험해볼 수 있다.

정용재 관장은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이후 왕실 유산을 과학적으로 보존·연구해 왔던 역사를 되돌아보고, 되살려낸 유산의 가치를 국민과 나누고자 이 특별전을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가 유물 뒤편에서 유산을 되살리기 위해 축적돼 온 시간과 보존과학자의 숨은 노력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