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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들만의 잔치' 시상식, 바꿔야 한다

등록 2015.11.26 15:25:14수정 2016.12.28 15: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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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나한테 이런 짓을 시켰다. 일면식은 없지만 백감독님께 트로피를 잘 전달하겠다."

 최근 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영화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남긴 대리 수상소감이다. 시상식에 불참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백종열)을 대신해 무대에 올라 "영화 잘 봤습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올해 대종상은 신인감독상 후보인 백감독을 비롯해 남녀 주연상, 조연상 등 주요 부문 수상후보들이 대거 불참하는 파행을 빚었다. "대리수상은 없다"는 주최 측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대리수상이 나왔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영화제이지만 상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민망한 축전이 돼버렸다. 이처럼 '대리상'으로 전락한 대종상뿐 아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연말 연기대상에도 문제가 많다. 시상식의 권위를 잃은 채 방송사의 섭외력을 뽐내기 위한 자리로 변질됐다. 시상자와 수상자 외에 다른 후보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연예인이나 소속사는 상을 주지 않는다면 시상식에 오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고, 방송사들은 향후 캐스팅을 위해 연예인들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공동 수상자 남발과 선심성 시상이 계속되면서 매년 시청자들의 따가운 질타와 비난을 받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 등 프로그램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상 받을만한 작품마저 줄어든 상황, 그럼에도 꿋꿋하게 '그들만의 잔치'를 연다. 모두 함께 참가하고 즐기지 못하건만 '축제'라고 칭한다.

 '제 식구 챙기기' '나눠먹기' 등 공정성 시비를 없앨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조차 없다. TV 3사가 통합 시상식을 개최하자는 의견도 꾸준히 나왔으나 그때마다 묵살됐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청하는 아이러니는 계속되고, 한 자릿수 시청률은 예삿일이 된 지 오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시청자들에게 영원히 외면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말고도 즐거운 콘텐츠로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변화한 시대상에 맞추지 않는다면, 퇴보하고 망가질 일만 남았다.

 문화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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