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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2월5일, 평화시위 문화의 전환점을 기대하며

등록 2015.12.04 13:57:00수정 2016.12.28 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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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성대 기자 = "아빠! 저 아저씨들은 왜 경찰 아저씨들하고 싸워?".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던 한 아이가 놀란 눈으로 아빠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아빠는 제대로 설명도 못한 채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다.

 지난달 14일 약 7만명의 시위대가 광화문에 모였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TPP 반대 등을 주장하는 노동자·농민·빈민들이 함께했다. 시작 전부터 충돌이 예상됐고, 그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의 차벽을 공격하자, 경찰은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으로 맞서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 충돌에서 농민 한 명이 크게 다쳐 아직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과잉진압과 과격시위 논란 속에서 12월5일 2차 대규모 집회가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경찰은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공 일변도의 압박을 가했다.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폭력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의 대처에 명분이 약하다는 시각과 당연하다는 시각이 공존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3일 이번 집회가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2차 총궐기 집회를 허용했다.

 국민들은 지난 총궐기 집회 때 보여준 '아수라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 사람들은 목적을 망각한 채 경찰에 위해를 가했고, 경찰은 무조건적인 진압작전만을 펼쳤다.

 결과는 참담했다. 집회의 목적대로라면 목소리가 경찰이 아닌 정부에 정확히 전달돼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과격한 시위대로 인해 당초 목적은 퇴색됐다.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의무가 있다. 광화문에 7만명이 모여든 이유를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초들의 목소리는 온데 간데 없고, 집회 후 폭력성만 부각돼 안타깝다. 경찰의 무조건적인 집회 불허도 매끄럽지 못했다. 불허는 강행을 낳고, 강행은 마찰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 되고 있다.

 내일이면 2차 총궐기 집회가 우여곡절끝에 열린다. 폭풍전야와도 같은 상황이다. 온 국민이 다시 내일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과 주최측은 지난 총궐기 집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복면 뒤에 숨거나 과격한 행동을 배제하고도 의지를 관철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찰도 한 단계 발전한 진압 방법을 모색하고, 정부도 대화 창구를 열고 조금 더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내일은 대한민국 시위 문화의 전환점이 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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