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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벌이 만드는 반(反)기업정서

등록 2016.04.11 19:45:26수정 2016.12.28 16: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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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준 산업부 기자

【서울=뉴시스】황의준 기자 =  지난해 국내 극장가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영화는 단연 '베테랑'이다. 이 영화는 134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온갖 만행을 저지르던 후안무치(厚顔無恥) 재벌 3세가 끝내 사회적 응징을 당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낸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테랑을 보는 재계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데, 영화로 인해 반기업정서만 크게 퍼졌다는 게 이들 하소연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라는 캐릭터는 현실 속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영화만 보면 재벌이 마치 '괴물'처럼 묘사되는데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괴물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우리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운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사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도록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정일선 현대BNG스틸 부회장은 A4 용지 140장 분량의 수행 메뉴얼을 기사들에게 강요했다. 메뉴얼에는 모닝콜·초인종을 누르는 방법, 신문 놔두는 위치, 빨래하는 법 등 자질구레한 내용이 가득 담겼다. 수행원들은 이를 어기면 폭언·폭설은 물론 감봉 등 인사조치를 당했다.

 '미스터 피자'를 만드는 MPK그룹의 정우현 회장은 건물 안에서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 데 문이 잠겨있다는 이유로 경비원의 목 부위를 가격했다.

 기업인들은 반기업정서로 사업하기 힘들다고 늘 불만을 뱉는다. 실제로 요즘 같이 경기가 어려운 때는 이같은 분위기가 불매운동 등으로 이어지며 기업 경영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

 재벌들은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분위기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기업인들이 베테랑과 같은 영화를 두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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