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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드에 대한 더민주의 계산된 침묵은 언제까지

등록 2016.08.01 16:25:48수정 2016.12.28 17: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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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로 기자수첩용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오른 뒤 1개월이 다 돼가고 있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말이 없다. 사드 배치에 대한 뚜렷한 당론은 없고 정부여당의 졸속 처리만 비판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해 큰 틀에서는 찬성하지만 처리 과정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인지, 사드 자체를 반대하면서 배치 결정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면서 더민주 지도부는 총론적 찬성을, 이달 말 새로 당 지도부를 꾸릴 당권주자 주류 측 3인방은 한결같이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지금은 사드 배치에 찬성이지만 27일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그 때부터 당론이 사드 반대가 되는 것이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국민에겐 이같은 더민주의 행태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말로는 대선 승리를 통해 수권정당이 되겠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안보정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인 사드 배치에 있어서는 찬반 어느 쪽에도 서지 않는 게 과연 책임 정당으로 맞는 것이냐 하는 점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일찌감치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다. 게다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당 지도부는 1일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을 찾아 주민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아픈 가슴을 보듬어줬다.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거센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지난달 26일 성주를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주민들의 호된 질책을 받았지만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정당이기에 당연히 들어야 할 주민들의 쓴소리를 온몸으로 감당했다.

 결국 더민주는 원내교섭단체 3개 정당 중 성주를 방문하지 않은 유일한 정당이 됐다. 사드에 대한 모호한 입장이 계속되자 성주 군민도 더이상 제1 야당에 대한 기대를 접는 눈치다.

 더민주는 이를 전략적 모호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 눈에는 그저 민감한 사드 문제에 찬반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무응답층' 정당으로 보일 뿐이다.

 더민주의 속내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을 생각하면 사드 반대로 돌아서야 하는데,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을 감안하면 섣불리 안보 문제에 대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 안된다는 셈법이 동시에 들어 있다.

 국민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때문에 더민주는 이제라도 보다 당당해지고 솔직해져야 한다. 반대면 왜 반대하는지, 찬성이면 왜 찬성하는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힌 뒤 그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기다리는 게 떳떳하다.

 오히려 지금처럼 모호하게 시간만 끌다간 외연 확장은커녕 집토끼도 문밖으로 나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이 제1야당에게 원하는 건 '계산된 침묵'이 아니라 소신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다. 안보 문제만 나오면 그저 피하기만 하는 지금 같은 더민주의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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