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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프랑스, 부르키니로 톨레랑스를 가리다

등록 2016.08.26 14:34:31수정 2016.12.28 17: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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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이수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올 여름 유럽 해변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여성 수영복 ‘부르키니(burkini)’이다. 눈을 제외한 신체 전부를 덮는 무슬림 여성의상 부르카와 비키니 수영복을 합쳐 만든 신조어 부르키니는 무슬림 여성의 수영복이다.

 영국 방송 BBC는 지난 23일 부르키니가 온라인 판매량이 200%가량 증가하며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르키니를 처음 만든 호주 디자이너는 BBC에 "부르키니는 억압이 아닌 건강한 삶과 자유의 상징"이라며 "이 세상에서 여성에게 뭘 입으라 말라 할 남성은 없다. 딸들을 선택의 자유가 있는 곳에서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비키니 수영복의 이름이 1946년과 1954년 원자·수소폭탄 실험이 행한 태평양 마셜군도 비키니 환초에서 유래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수영복을 보며 원폭실험을 떠올렸다니, 당시 사람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얼마나 자극적이고 충격적으로 느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6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충격이 자살폭탄과 함께 전혀 아찔하지도 않은 부르키니에 미치고 있다. 잇따른 테러로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진 프랑스에서 지난 7월 트럭테러가 발생했던 휴양지 니스를 비롯해 15개 해변도시가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슬림 보호와 세속주의 실현이라며 부르키니 착용 금지를 주장하지만, 여성단체와 인권단체 등 반대파는 종교차별과 선택의 자유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가 '톨레랑스의 나라'로 불렸던 시절도 있었다. 관용과 아량, 포용력을 뜻하는 프랑스어 '톨레랑스'는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등장한 이후 자기와 다른 신앙과 사상, 행동 방식을 가진 사람을 용인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유럽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부르키니 논쟁을 지켜보면서, 프랑스가 일부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키니를 법으로 벗길 수있을지는 몰라도 스스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부르키니로 프랑스의 자랑스런 전통 톨레랑스를 가려 버리고 말았다는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바뀐 세상은 갈수록 삭막하고 암울하게 변화하고 있다.  테러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총과 폭탄, 미사일이 아니라 인도주의가 아닐까.

 이주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우리에게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부르키니 논쟁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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