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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식산은행 건물 "역사적 자산" vs "식민수탈 잔재"

등록 2016.11.28 17:09:11수정 2016.12.28 17: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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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28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내동 243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 복원과 철거를 놓고 건물 안에서 주민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16.11.28.  ksw64@newsis.com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28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내동 243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 복원과 철거를 놓고 건물 안에서 주민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16.11.28.  [email protected]

복원 찬성자…"등록문화재 지정 충분한 가치"  복원 반대자…"식민수탈기관 건물 보존 부당"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충주시 성내동 243(관아1길 13)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 복원과 철거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충주시는 28일 오후 2시 현장에서 '구 조선식산은행 건물 복원 관련 주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1933년 12월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복원과 철거를 주장하는 찬반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복원 찬성론자들은 건축·역사학적으로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태진 한국교통대 건축학과 교수는 "일제의 경제수탈 현장으로서 은행의 평면 구성, 좌우대칭의 정면성을 가지는 입면, 돌출 현관의 형식, 수직 창호와 코니스 등 세부수법 등의 형식, 구조적으로 목조와 조적조를 혼합한 벽체와 모듈에 의한 간살 등에서 건축적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충주지역을 배경으로 역사·사회·경제 등의 상징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근대건축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등록문화재로 지정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 강혁진 건축학과 교수 역시 "최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에서 원도심의 역사적 자산 활용은 도시재생의 중요한 성공 유형"이라며 "실증적 증거인 식산은행은 역사적 자산이며 원형 보존돼야 한다"고 복원에 힘을 실었다.

 이들 복원 찬성론자는 식산은행이 있는 곳은 충청감영(충주읍성)의 청녕헌(충북도 유형문화재 66호)의 허용 기준에 따라 문화재보호구역 2구역에 해당해 최고 높이 5m 이하(경사지붕 3:10일 때 7m 이하)로 신·증축할 수 있어 현재 건물의 절반 정도 높이밖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점도 철거 후 신축의 한계로 지적했다.

 이들은 "역사문화 자산에 대한 전문가의 조사가 부재한 상태에서 졸속하게 해체가 이뤄졌다"며 "시가 보존 불량으로 자체 판단했다"고 시 행정을 꼬집었다.

 반면에 철거론자들은 역사적 관점에서 식민수탈기관의 건물을 보존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주장을 폈다.

 전홍식 교통대 한국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제강점기 식민수탈론의 관점에서 철거가 마땅하다"고 밝혔다.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28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내동 243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 복원과 철거를 놓고 건물 안에서 주민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16.11.28.  ksw64@newsis.com

【충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28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내동 243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 복원과 철거를 놓고 건물 안에서 주민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16.11.28.  [email protected]

 전 연구원은 "일제강점기는 근대 시기가 아니라 '식민근대'"라며 식산은행 건물 자체를 근대 문화유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어 "복원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주장은 일본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칫 일제를 미화할 우려가 있어 민족 감정에 맞지 않는다"며 "읍성 복원사업도 버거운데 식민통치기관 건물을 보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철거를 강력히 주장했다.

 전영상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행정학과 교수도 "충주는 항일도시이고 일제에 의해 도청이 청주로 이전되면서 피폐해졌다"며 "식산은행 건물 보존은 읍성 복원에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2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복원해도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며 "그 예산으로 항몽유적지를 개발하는 게 더 옳다. 우리 고유 문화재가 먼저"라고 말했다.

 충주시가 애초 계획했던 근대문화전시관 활용과 관련해서도 "전시관 활용 공간이 부족하고 항일투사들의 자료를 일제 건물에 전시한다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김문식 충일중 교장은 방청객 질문에서 "충주시민들은 읍성 복원이 가장 큰 목표"라며 "시에서는 역사학자·건축학자·교육자 등의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은 1933년 12월 당시 충주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었고, 광복 후에도 은행 건물로 쓰이다가 1980년대 초 민간에 매각돼 지난해까지 가구점 등으로 사용됐다.

 시는 지난해 11월 7억원을 들여 터 830㎡를 매입했고 5억원을 들여 지상 1층 462㎡를 리모델링해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시는 건축·구조 용역조사를 통해 일부 증축된 부분을 철거하면서 원형(原形) 건물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구조 안전상 문제점을 확인했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등록문화재는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에 670점, 충북에는 24점이 있으나, 충주에는 한 점도 없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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