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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완의 수사' 특검팀, 이대로 마침표 찍나

등록 2017.02.23 14: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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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용**표주연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할 일은 많은데 '데드 라인'이 닥치고 있다.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수사 종료를 앞둔 것이다. 이제 닷새 뿐이다. 70일의 수사 기간 중 65일이 흘렀다.

 이번 특검팀은 유례없는 국민 지지를 받아 출범했고, 수많은 박수와 격려 속에 수사를 진행했다.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첫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1월19일 특검 사무실엔 '힘내라'는 쪽지와 꽃다발이 쇄도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2월16일에도 시민들은 꽃다발과 격려로 화답했다.

 장관급 인사만 5명을 구속하는 등 특검팀의 빛나는 수사 성과는 이런 뜨거운 지지 속에서 나왔다. 특검의 존재 이유에 부합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두 달은 너무 짧았다.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낸 특검팀이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격인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다.  

 박 대통령 측은 특검팀이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점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면조사 방식을 두고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일정 공개 등을 이유로 이미 합의한 대면조사 계획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등 '시간은 내 편'이라는 자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대로 특검팀 수사가 종료되면 박 대통령 관련 의혹은 다시 검찰로 넘어갈 전망이다. 수사팀을 정하고,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조사에 착수하는 동안 시간은 기약없이 계속 흘러갈 것이다.

 정치권의 대선 일정도 변수가 될 것이다. 검찰은 차기 권력의 향배를 지켜본 뒤 계속 수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검찰은 그런 기회주의적 모습을 보여왔다.  

 박 대통령 뿐만이 아니다. 법과 상식에 어긋난 놀라운 특혜를 누리고 '흙수저'들에게 참담한 좌절감과 분노를 안겨줬던 정유라씨는 덴마크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법망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이들의 무기는 모두 '시간'이다. 버티고 또 버티면 특검은 언젠가 소멸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특검팀은 일찌감치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수사기한 연장 신청서를 보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승인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얼마 없다. 좋든 싫든 이달 말이면 대치동 사무실에서 짐을 싸야하는 것이 현재 특검팀 처지다.

 이대로 특검 수사가 종료되면 그간 법의 처벌을 피해왔던 이들은 '승자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법과 상식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특검팀 수사 연장 뿐이다.

 특검팀은 그간 수사에서 '독립성을 갖고 마음껏 수사하라'는 존재 이유를 충분히 증명했다. 국민을 무시하고 세상을 우습게 보는 이들에게 '시간'이라는 무기만 걷어낸다면, 특검팀은 이들을 단죄할 의지와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시간이 없어서 수사의 끝을 보지 못한다면, 그래서 이 나라의 법과 상식을 조롱해왔던 이들이 다시금 회심의 미소를 짓는 날이 온다면, 특검을 성원한 다수 국민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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