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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AG]男 빙속 호흡 최고조로 끌어올린 이승훈 '부상 투혼'

등록 2017.02.23 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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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히로=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부상 투혼'을 선보인 이승훈(29·대한항공)이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의 홋카이도-도카치 오벌에서 열린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수확, 4관왕에 오른 뒤 부상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2017.02.23.  jinxijun@newsis.com

【오비히로=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부상 투혼'을 선보인 이승훈(29·대한항공)이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의 홋카이도-도카치 오벌에서 열린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수확, 4관왕에 오른 뒤 부상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2017.02.23.  [email protected]

【오비히로=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대표팀의 '맏형' 이승훈(29·대한항공)이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부상 투혼이 대표팀의 호흡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함께 팀추월, 매스스타트 훈련을 해온 만큼 팀워크는 좋았지만, 이승훈의 부상 투혼이 선수들을 한층 똘똘 뭉치게 했다.

 그 결과 이승훈·주형준(26·동두천시청)·김민석(18·평촌고)으로 이뤄진 한국 남자 대표팀은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에서 후배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금메달을 수확,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4관왕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렸다. 1500m에서 금메달을 따 2관왕에 등극한 김민석도 매스스타트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승훈의 이번 대회 참가는 불투명했다. 그는 지난 10일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팀추월 레이스 도중 넘어져 오른 정강이를 베는 부상을 당했고, 8바늘을 꿰맸다.

 스스로도 시즌을 접었다고 생각했던 이승훈은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자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후배들을 위해 팀추월이라도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승훈은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잘하면 1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서두르다가 넘어졌다"며 "적어도 메달이 확실했는데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팀추월이라도 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위해 삿포로로 출국하면서도 이승훈은 "출전 종목을 정하지 않았지만, 만약 골라야한다면 매스스타트와 팀추월을 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훈련을 할 때에도 아픈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평소처럼 임하는 이승훈의 모습에 후배들은 더욱 똘똘 뭉쳤다.

 김민석은 "(이)승훈 선배에게 정말 고맙다. 가벼운 부상이 절대 아닌데 투혼을 발휘해 대선배로서 본보기를 보여줬다. 후배를 위해 힘써줬다"고 감사했다.

 이런 분위기는 팀추월 금메달로 이어졌다.

 최고조에 이른 호흡은 팀워크를 앞세운 작전이 필요한 매스스타트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날 일본 선수들은 레이스 초반 선두로 치고나간 뒤 격차를 벌려 승부를 보겠다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이럴 때 뒤로 처지는 그룹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는 선수와 격차를 좁혀줄 선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하는 선수는 체력 소모가 커 레이스 막판 크게 뒤로 처질 수 있다.

【오비히로=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부상 투혼'을 선보인 이승훈(29·대한항공)이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의 홋카이도-도카치 오벌에서 열린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수확, 4관왕에 오른 뒤 부상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2017.02.23.  jinxijun@newsis.com

【오비히로=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부상 투혼'을 선보인 이승훈(29·대한항공)이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의 홋카이도-도카치 오벌에서 열린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수확, 4관왕에 오른 뒤 부상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2017.02.23.  [email protected]

 이승훈과 레이스를 펼친 이진영(24·강원도)과 김민석은 이런 역할을 자처했다. 초반 스타트가 좋은 김민석이 앞서 격차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했고, 레이스 중반에는 이진영이 나섰다.

 후배들의 도움 속에 5, 6위를 유지하며 체력을 아끼던 이승훈은 한 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바깥쪽 코스로 추월해 선두까지 치고나갔고, 그대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런 역할을 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김민석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김민석은 "(이)승훈이 형의 4관왕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일본이 그런 작전을 들고나올 줄 알고 대비했다"며 "내가 이승훈 선배보다 후반이 약하니 초반에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승훈은 "각자 역할에 맞게 잘 했다. 그 덕분에 (김)민석이도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자 매스스타트처럼 금, 은메달을 내줬을 것이다. 호흡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스스타트도 팀추월 못지 않은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기 위해 팀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4관왕에 오른 이승훈은 후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이승훈은 "(이)진영이와 (김)민석이에게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부상 투혼을 제외하더라도 이승훈은 후배 선수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선배다.

 여자 매스스타트 강자 김보름(24·강원도청)도 매스스타트 훈련을 할 때 이승훈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고마운 마음을 내비친 바 있다.

 김민석처럼 7년 전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운 선수도 있다.

 이승훈은 "후배들이 강한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체력도 갖출 수 없고, 최고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지도자가 하는 조언에 반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관되게 초심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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