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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동산, '아직은 봄옷 꺼내지 마시길'

등록 2017.03.09 14: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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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올해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11·3 부동산 규제, 조기 대선, 미국발 금리인상, 입주 물량 증가 등이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면서 시장을 위축시켰다. 실제 모델하우스 분양 현장을 가보면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때와 비교해 방문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청약 경쟁률도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착시현상을 주는 곳도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개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은 올해 초 5000만~7000만원 정도 오르면서 지난해 전고점을 돌파했다.

 비밀은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세금폭탄이 대기중이다 보니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들은 서울시의 35층 고도 제한 규제까지 받아들이면서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덩달아 부동자금도 강남 재건축 단지로 몰리기 시작했다.

 강남이 들썩이니 주택시장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벌써 나온다. 심지어 봄 이사철을 계기로 본격적인 활황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들린다.

 근거는 지난해의 부동산시장 그래프다.

 2015년 말 정부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 강화로 겨우내 시장이 얼어붙었다가 지난해 4~5월에 동탄2신도시의 일부 단지가 청약 대박을 터뜨리고, 미분양 단지들도 조금씩 물량을 털어내면서 시장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올해 역시 3월부터 건설사들이 대규모 분양을 앞두고 있어 강남 재건축발 훈풍과 청약 대박으로 시장이 살아나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소견은?

 결론부터 말하면 '흐림'이다. 지난해처럼 시장이 급격히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매매가 상승은 단순한 분위기 전환일 뿐 부동산 약세론의 흐름을 꺾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

 이미 강남 재건축 단지 투자 수요도 멈칫하고 있다. 매매가가 전 고점에 다다르자 추가 상승 여력이 떨어지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추세다. 실제 잠실 주공 5단지도 112㎡의 경우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시세가 15억5000만원까지 오르자 거래가 주춤한 상태다.

 관리처분인가, 사업시행인가가 진행되면 가격이 움직이겠지만 강남 부동산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기엔 모멘텀이 약하다고 본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말을 들어보면 재건축 단지가 아닌 강남권 일반 아파트의 경우 최고가 대비 3000만~5000만원 정도 빠졌는데 거래가 하나도 안되고 있다.

 정부 정책, 금리 인상, 경제 상황 등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시장은 꿈적도 안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건설사들은 봄 분양 시장을 맞아 공급 물량을 꾸준히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의 답변을 다시 한번 소개한다.

 '폐동불고 초목불무(閉凍不固 草木不茂)' (한비자). 겨울에 혹독한 추위가 있어야 초목이 그 추위를 이기고 봄과 여름에 무성하다는 뜻이다.

 봄옷을 섣불리 꺼내입지 마시길. 아직은 추위를 견뎌야 할 시기라고 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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