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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대변인,'경이적인' 형용사 남발…'죽음의 키스' 되나

등록 2017.03.30 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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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션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 의사당 테러 사건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계획을 밝혔다. 2017.03.23

트럼프케어 등 핵심 아젠다 브리핑 때마다 '경이적인' 단어 사용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어떤 단체나 기관을 대표해서 말하는 사람을 보통 ‘대변인’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변인의 발언은 대표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말을 지나치게 반복하거나, 억지 주장을 해서는 안되고, 단체나 기관의 입장과 개인 판단을 혼돈해서도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9일(현지시간)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자주 사용하는 ‘경이적인(phenomenal)’이라는 형용사 한 단어에 주목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스파이서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좌절되거나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는 트럼프케어, 반(反) 이민 행정명령,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건설 등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이 단어를 꼭 사용했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이 이번달 초 오바마케어 대체법안인 트럼프케어를 내놓자 스파이서 대변인은 지난 9일 “나는 라이언이 오늘 ‘경이적인’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케어는 내용이 공개되자 마자 공화당 안팎의 강한 반대에 직면했다. 그러자 스파이서 대변인은 14일에는 “공화당 등과 의견을 나누고 있고 ‘경이적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하원 표결이 좌절되기 직전인 23일에는 “대통령은 ‘경이적인’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감시했다는 정보를 백악관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누네스 위원장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이 제기된)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경이적인’ 일을 했다”고 말했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법원이 처음 제동을 걸자 스파이서 대변인은 2월 21일 행정명령 수정안을 준비 중이라면서 “나는 우리가 여러 다양한 부처들과 함께 ‘경이적인’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경지대 멕시코 장벽을 건설하는 문제가 화두가 되거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지명자를 소개할 때, 취임 초기라고 해도 정부기관에 너무 공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도 스파이서 대변인은 ‘경이적인’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두둔했다. 

 이를 두고 폴리티코는 '경이적인'이라는 형용사는 스파이서 대변인의 '죽음의 키스(Sean Spicer’s kiss of death)'라고 지적했다. 언뜻 듣기엔 그 형용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파멸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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