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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된 사회학자 송호근 "소설은 세상 보는 창고"

등록 2017.04.05 15:51:51수정 2017.04.05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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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email protected]

■ 40년만에 역사 소설 '강화도' 출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송호근(61)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7년 서울대에 학생으로 재학 시절 문학청년이었다. 재학 중인 사회대보다 인문대 출입구를 더 드나들었다.

 대학에 들어와 작가를 꿈꾸게 된 송 교수는 대학신문에 시를 발표하고 싶었지만 당시 강적을 만났다. 시인 이성복(65)이 당시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이성복 때문에 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7년 대학신문 문학상의 평론 부문에 김춘수의 시론으로 응모했다. 하지만 낙선했다. 당시 당선자는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였다.

 송 교수가 40년 만에 문학도의 꿈을 이뤘다. 나남출판을 통해 첫 장편소설 '강화도'를 펴내고 소설가로 변신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송 교수는 "이번 소설은 '응답하라 1977'다.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와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사회의 다양한 면, 특히 시민과 노동자 문제에 탁월한 식견을 보여준 송 교수지만 본래 문재(文才)도 탁월했다.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email protected]

 가왕(歌王) 조용필이 지난 2013년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 수록곡 '어느 날 귀로에서'의 노랫말을 지어 작사가로도 데뷔한 그다.

 서울대 재학 시절 당시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문학평론가 김윤식으로부터 "문학을 하겠는가?"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그간 읽은 소설책을 다 합치면 5톤 트럭 한대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시절에는 다 문학으로 시작해서 문학으로 끝났잖아요. 김윤식 교수님의 말뜻을 생각하다가 (사회학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죠. 사회대로 돌아갔더니 '자네는 인문대 학생이 아닌가?'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소설은 그 40년 전에 대한 응답이고, 앞으로도 그 응답이 가슴 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강화도'는 조선 후기의 무신 겸 외교관이었던 신헌(1810∼1884)을 톺아보는 작품이다. 송 교수는 이미 이 인물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다. 신헌이 지은 '심행일기'(沁行日記)를 2013년 펴낸 저서 '시민의 탄생'에서 다룬 바 있다. 이 일기는 강화도 수호조규를 맺은 1876년(고종 13) 2월 한 달간의 기록이다.

 송 교수는 신헌을 봉건과 근대에 선 경계인으로 봤다. 신헌은 무관인데도 뛰어난 학문적 소양을 보여 유장(儒將)으로도 불렸다. 다산 정약용 아래에서 배우기도 했고 개화파 인물과도 폭넓게 교류했다. 1876년 쇄국의 가치를 고집하는 조선 조정의 대표가 돼 세계화의 시발점이 되는 조규 협상에 나선다.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email protected]

 송 교수는 신헌에 대해서 역사소설로 유명한 김훈 작가의 인식이라며 김 작가가 이걸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헌의 스토리에 '칼의 노래'·'남한산성'·'흑산', 김훈 작가가 쓰신 세 작품이 합쳐졌어요. 다른 이념이 부딪히고, 척사와 개방을 논하고, 천주교 박해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있는 이 소재를 왜 놔두셨을까 했죠. 저보고 쓰라고 놓아두셨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허허. 이 책을 보내드리려고 생각 중입니다."  

 자신의 첫 장편소설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문사로서 소설은 크게 다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전 선비들은 쓴 글의 종류가 많았어요. 에세이, 구, 론, 상소문, 시가, 노래도 지었고요. 박지원처럼 에피소드 형식의 소설도 문사가 쓸 수 있는 장르였습니다. 요새처럼 전문가로 나눠있지 않았죠. 그런 면에서 소설은 문사가 쓸 수 있는 가장 수준이 높은 영역이에요. 그 위에 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설 역시 아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죠."

 봉건과 근대의 변곡점에서 고뇌하는 인간을 다룬 '강화도'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싸고 강대국 틈에 끼여 있는 현재의 한국과 겹쳐진다.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email protected]

 "대선 후보들이 사드에 대해 애매모호하죠. 아니면 아니고, 맞으면 맞다고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하지만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드니. 일본, 미국과는 군사동맹이지만 중국과는 역사동맹이죠. 역사적인 동맹 사이에서 사드에 해당하는 것을 줘야 합니다."

 과거와 비해 하나도 변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답은 '강화도'가 다룬 시대가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00년 동안 역사가 굴절이 되면서 훨씬 더 어려운 상태죠. 문무를 겸비한 조선의 신헌을 품어서 현실에 대입하고 기원을 더듬으면 풀릴 수 있는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랫동안 구상한 소설이지만 작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두 달 동안 단숨에 써내려간 소설이다.  

 "과거에 처리하지 못하고 봉합되지 못한 채 흘러온 과거가 만든 미래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때였는데 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계속 생각해오던 신헌이 떠올랐어요. 농가로 들어가 하루에 10시간씩 써 2월20일 쯤에 끝냈죠."

 소설가로서 가장 힘들었던 건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부분이었다. "논문은 객관적이라 하나의 선과 색채로 사람을 만들어요. 대신 강약도 없고, 고민도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었어요. 소설은 상상력 공간에서 만들어놓으면 자기들 스스로 움직이는 듯하죠."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창작소설 '강화도'를 출간했다. 5일 오전 서울 인사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소설의 내용와 집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7.04.05.  [email protected]

 자신을 예뻐했다는 작가 박경리에게 대하소설 '토지'에 나오는 등장인물 600명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모든 등장인물을 벽에 써놓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송 교수는 지금까지 사회가 겪은 일을 논문으로 써내려갈 때, 사람들 가슴 속에 파고드는 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학문을 하다 보면 답답한 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소설은 인간으로 만들어놓은 창고죠. 자기를 보여주는 창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고이기도 하죠. 세상의 언어가 현실을 재창조한다고 믿었는데 논문을 쓰다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근데 예술의 언어는 현실을 재구성할 수 있어요. 아직도 고민 중인데 '강화도'를 쓰면서 거기에 대한 제 나름대로 해답을 찾았어요."  

 고승철 나남출판 주필 겸 사장은 "처음에 송호근 교수의 '강화도' 원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사회학자로서 시대에 대한 고민을 소설로 형상화하려는 에너지가 폭발적이더라. 사회학도, 사회학자로 40년 동안 천착을 해왔는데 앞으로 펼쳐질 소설가로서 도정의 밑거름이 아닌가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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