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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연출 추정화 "기대감 두렵지만, 작품 갈증 원동력"

등록 2017.04.24 14:59:16수정 2017.04.24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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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 추정화가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 추정화가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배우 추정화(44)는 4년차 주목받는 '늦깎이' 뮤지컬 연출가 겸 극작가다.

 지난 1월 한국뮤지컬협회 주최로 열린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창작뮤지컬 '인터뷰'로 신인연출상을 거머쥐는 등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추 연출은 "배우로서 시상식 후보에 지명된 적은 있지만 상은 받지 못했다"며 "연출가로서 신인상을 받을 수 있어 무한하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올해 서거 80주년을 맞은 이상(1910~1937)을 소재로, 현재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스모크'(작곡·음악감독 허수현)의 완성도 역시 '인터뷰'에 뒤지지 않는다.

 추 연출이 연출과 극작을 겸한 작품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성과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이상의 불안과 고독을 시적이면서 은유적으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김재범, 김경수, 박은석, 윤소호 그리고 JTBC '팬텀싱어'로 주목받은 고은성까지 대학로 청춘 뮤지컬스타들이 총출동하지만 이 작품의 흥행은 배우들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 추정화가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 추정화가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4.  [email protected]

 순수하고 바다를 꿈을 꾸는 '해(海)',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 세 사람이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한 카페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캐릭터들은 유기적으로 얽히며 이상을 표현해낸다. 단순히 이상의 일대기로 서사를 풀어내지 않은 점이 신선하다.

 "이상의 일대기를 다루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가 비난을 받고 절망하는 걸 어떻게 표현하는냐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그의 내부에서 비롯되는 것을 그리고 싶었죠."  

 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 제15호'를 비롯해  '건축무한육면각체' '거울' '가구의 추위' '회한의 장'과 소설 '날개' '종생기', 수필 '권태' 등 한국 현대문학사상 가장 개성 있는 발상과 표현을 선보인 이상의 대표작을 대사와 노래 가사에 담아냈다.

 특히 '스모크'에서도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거울이 수없이 등장하는 '오감도 제15호'가 모티브가 됐다. "나는거울없는실내(室內)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外出中)이다.나는지금(至今)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덜고있다"고 노래하는 시다.

 "이상과 관련한 사랑, 연인, 서울을 보면서 그냥 시를 거울에 집약해서 표현하고 싶다는 상상을 하다가 지금의 스모크가 탄생했죠."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 추정화가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 추정화가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4.  [email protected]

 은유와 상징이 넘치는 작품이지만 혼란스런 이상의 심정은 객석과 공감대를 산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이상을 내가 왜 좋아했을까라는 떠올렸죠."

 유약함과 추락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려지는 이상은 주로 비극적으로 인식돼왔다. 추 연출은 하지만 "절망을 딛고 산 사람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온 동네에 죽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녔고 같이 죽을 사람도 찾고 다녔지만 '자기는 이런 사람하고 죽고 싶다'며 자격 조건을 달았어요. 그런 부분이 절망 한 가운데서도 마침표를 찍지 않으려고 한 것처럼 느껴졌죠. 그가 절망적인 말만 하는 것 같고 추락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비상을 꿈 꿨다고 생각해요. 날기를 원했던 사람이죠."  

 1997년 뮤지컬 '넌센스'로 데뷔한 추 연출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부산에서 연극판 생활을 했다. 현지 극단 현장의 단원으로 생활했다. 영화배우 김윤석이 함께 활동한 멤버다.  

 당시 부산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이끄는극단 가마골 등 연극 인프라가 상당했던 곳이다. 극단 목화의 오태석 연출도 이곳을 종종 찾았다. "운이 좋았어요. 덕분에 어릴 때부터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했죠."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 추정화가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의 연출 추정화가 13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4.  [email protected]

 그러다 우연히 뮤지컬 '캣츠'를 본 뒤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두고 서울예대 95학번으로 재입학한 이유다. "뮤지컬은 문화적인 충격이었어요. 너무 좋아서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마음이 진정이 안 되더라고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았다고 생각했죠."  

 추 연출은 2013년 창작뮤지컬 '달을 품은 슈퍼맨'을 통해 연출로 데뷔했다. 지난해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수작 창작뮤지컬로 평가 받은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통해 입지를 다졌다. '인터뷰'는 교토, 도쿄, 뉴욕 등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정유정, 미야베 미유키 등 스릴러 풍의 작가를 좋아하는 그녀답게 글쓰기 역시 섬세하고 집요하다.

 그런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준 건 배우 겸 공연 프로듀서 김수로. 서울예대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내다 '인터뷰'를 김수로가 공연으로 옮기면서 콤비로 발돋움하고 있다. '스모크' 역시 김수로가 김민종과 함께 프로듀서로 나섰다. "둘 다 성격이 비슷해요. 파이팅이 넘치죠. 일단 선배님이 주문하시면, 되든 안 되는 우선 하고 보는 걸 마음에 새기신 거 같아요. 계속 추진력을 갖게 만드는 좋은 선배입니다."

 뮤지컬 신에서 뮤지컬계 대모로 통하는 이지나,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등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 여성 연출자는 드문 편이다. 뮤지컬계는 그래서 추 연출을 반기고 있다.

 아직도 자신이 한참 모자라다는 그녀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늘 두렵다"고 했다. 점차 커지는 주변의 기대도 부담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에 대한 갈증으로 넘치는 그녀는 굳건했다.  

 "묵묵히 그저 제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성공해야지' '잘 만들어야지'라면서 붙들고 있으면 가다가 쓰러질 것 같아서요. 항상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스모크' 오는 5월2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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