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트럼프 첫 100일]①핵심공약 줄줄이 좌초…"초라한 성적표"

등록 2017.04.26 14:07: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통해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링컨 성경'과 어머니에게서 선물받은 가족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고 있다. 2017. 01.21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오는 29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이후 역대 미국 지도자들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는 지난 100일 동안 무슨 일을 했을까.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공약 이행 ▲대 중국 정책 ▲경제 성적표 ▲외교 ▲국내 이슈 등 분야별로 그의 성적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제45대 미국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29일로 취임 100일 째를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와 ‘위대한 미국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공약은 어느 정도 진도를 나가고 있을까. 그의 첫 100일은 과연 몇 점짜리 일까.

 미국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100일에 대해 아주 야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말 바꾸기로 일관한 시간"이라고 혹평을 했으며, CNN방송은 "엄포와 연막 속에 맞는 첫 100일",  폴리티코는 "부정적인 평가인 D와 F를 준 사람들이 각각 13%와 24%를 차지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경제분야에서는 후한 평가도 나왔다.  CNBC뉴스는 “지난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24일 현재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5% 가까이 올랐다”면서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의 첫 100일 성적 중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훌륭한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 연설에서 “함께 위대한 미국을 다시 건설하자”,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 “우리의 일자리와 제조업을 다시 되찾자”, “미국의 국경을 지키자” 등 향후 4년 간 미국을 이끌어갈 국정방향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미국 노동자 보호, 제조업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대대적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 세제개혁과 규제철폐 등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말 하는 시대는 지났다. 행동할 시간이 도래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어떤 도전도 미국의 힘과 정신에 대적할 수 없다. 우리는 실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번성할 것이다. 다시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초장부터 순탄치 않았다.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7일 발동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에 의해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ACA, 건강보험개혁법)'를 대체하기 위해 밀어 붙인 이른바 '트럼프케어(AHCA, 미국건강보험법)는 공화당의 벽조차 넘지 못한 채 좌초하고 말았다.

 ◇ CNN “취임 100일 동안 법안 한 건도 마련 못해”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현대사의 어떤 대통령보다도 저조한 자신의 취임 초기 성적을 감추기 위해 엄포와 연막을 치면서 첫 100일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의 정책을 펴나가는 데 필요한 많은 법안들을 취임 초기에 마련하는 데 성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한 건의 법안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20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 곳곳에 반대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이날 취임식장인근 보안검색대 인근에서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01.21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첫 100일 동안 남녀동일 임금법안을 마련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각각 감세법안과 가족의료휴가법(the Family and Medical Leave Act)을 취임 초기에 마련했다. 멀게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미국의 대형 은행들을 분할하는 내용의 '글래스-스티걸 법'을 취임 초기에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첫 100일 동안 내가 아무리 큰 성취를 이루었다고 해도 미디어들이 이를 죽이고 보도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S.C.를 포함해 많은 일을 해냈다. 첫 100일이라는 잣대 자체가 우스꽝스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8일 위스콘신 주 커노셔의 공구 제조업체 '스냅온'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임 90일 만에 이만큼 이룬 정부는 없었다. 군사와 국경, 무역, 규제, 사법, 정부개혁 등을 포함해 모두 그렇다"며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0일 동안 한 일이라고는 백악관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일밖에 없다는 부정적 평가들을 전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전화를 도청했다고 주장을 하거나 자신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얻은 수백만 명의 표가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었다고 우기는 등 백악관의 신망을 떨어트렸다는 것이다.

 ◇ 폴리티코, “트럼프 100일 성적, D~F가 37%”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 20일 여론조사 기관인 모닝컨설팅과 공동으로 조사한 ‘트럼프 100일 성적표’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00일 간 업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조사대상의 16%와 23%는 각각 A와 B 학점을 주었다. 부정적인 평가인 D와 F를 준 사람들은 각각 13%와 24%를 차지했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팅은 이번 공동 여론조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10개 정책 분야로 나눠 평가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3~15일 사이 등록 유권자 1992명을 대상으로 행해졌으며 표본 오차는 ±2%포인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분야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워싱턴 기득권층의 특권을 손보겠다던 약속을 실천하지 못한 부분과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국제적 공조에서 빠지려고 하는 점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 대상 10개 분야 중 트럼프가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부문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이었다. 조사대상 유권자의 49%가 트럼프의 테러리즘 대책에 대해 A 혹은 B 학점을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의 반군 점령지 칸 세이쿤에서 아사드 정권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자 이틀 후 의회의 승인도 없이 알샤이라트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었다.

【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토안보부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2017.01.26

지난 100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항목은 건강의료 분야였다. 트럼프의 건강보험정책에 대해 A 학점을 준 응답자는 9%에 그쳤다. B와 C, D 점수를 준 이들은 각각 16%와 19%, 15%로 집계됐다. F 평가를 내린 이들은 무려 32%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즉시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더 좋은 트럼프케어를 도입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트럼프케어는 지난 3월 하원에서 공화당의 벽도 넘지 못한 채 좌초하고 말았다.

 ◇ CNBC뉴스, “트럼프 첫 100일 동안 S&P500 지수 5% 급등”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 중 하나로 지난 100일 동안 미국 증시가 급등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CNBC뉴스는 24일 “지난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24일 현재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5% 가까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CNBC뉴스는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의 첫 100일 성적 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훌륭한 기록을 냈다고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첫 100일 동안 S&P500지수를 7.7%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대선 이후 지속된 이른바 ‘트럼프 랠리’ 기준으로 따지자면 S&P500 지수는 지난해 11월8일 이후 10%나 올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100일 동안에 S&P500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2.8% 상승에 그쳤으나 취임 6개월 만에 18.7%나 급등했다. 당시 미국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뉴욕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했었다.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역대 지도자들의 취임 100일 증시 성적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공화당 출신들 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6명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취임 100일 동안 S&P지수 상승률을 평균 0.9% 끌어 올렸다. 반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6명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 집권 때에는 0.3%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전역 군인 지원 확대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들어보이고 있다. 2017.04.20 

 ◇ NYT “트럼프 말 바꾸기, 열거하기 힘들 정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의 기존 정책 혹은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었다. 줄곧 친 러시아 행보를 보여 왔던 그가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는가 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던 중국에 대해서는 “더 이상 조작국이 아니다”라면서 입장을 바꿨다. 나토를 “무용지물”이라고 비난하더니 어느 새 “테러리즘과 싸우는 방어벽”이라면서 치켜세우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편집위원단 명의로 실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의 말 바꾸기 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NYT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얼마나 많이 어겼는지 일일이 따지기도 힘들 지경"이라면서 그 사례들을 열거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요시하는 시청률(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TV 리얼리티 쇼의 거장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직면해 대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라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승리를 넘어선 확신과 원칙 따위는 존재하기 않는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를 통해 약속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승리보다는 트럼프 자신을 위한 승리만을 바랄 뿐”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이어 “사람들이 트럼프에 대해 공통적으로 깊이 불안해하고 있는 점은 바로 배신(betrayal)”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민주당이나 하원 내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 단체인 '하우스 프리덤 코커스' 회원들, 나토 회원국, 중동의 독재자들, 그리고 미국의 잠재적인 동맹과 적들이 모두 트럼프의 배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의 사생활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채권자들에게 뻣뻣하게 구는 일부터 시작해 트럼프대학의 사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배신으로 점철돼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는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그가 내세웠던 터무니없는 정책들이 좀 더 분별 있는 방향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정치적 현실들과 마주치면서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그러나 NYT는 자칫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고약한 입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도 납세내역서 공개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으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월스트리트 출신 은행가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백악관에서 여전히 개인적인 사업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