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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에 낙서하고 도주한 호주인 쇠고랑

등록 2017.04.3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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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서울 강남차량기지 전동차에 그려진 스프레이 낙서(그라피티·Graffiti)도 외국인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재물손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의 R(22)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R씨는 이달 1일 오전 3시께 강남구 수서동의 차량사업소에 철조망을 끊고 침입해 유치선로에 있던 전동차의 오른쪽 측면에 스프레이 낙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R씨는 지난달 27일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차 한국에 왔다.

 홍대입구 인근 호텔에 머물며 여행하던 중 '강남차량 기지에 세워둔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할 수 있다'는 허위 정보를 접하고는 범행을 계획했다.

 입국한 지 나흘이 흐른 지난달 31일 홍대 거리에서 범행에 쓸 스프레이를 구입하고 렌트카까지 빌렸다.

 R씨는 구글 웹 검색으로 알아 낸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한 뒤 날이 어두워지자 철조망을 절단하고 몰래 들어가 가로 5m·세로 20m 크기의 그라피티를 남겼다.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외벽을 덧칠하고 그 위에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인 '통가(TONGA!!!)'라는 영문 글씨를 흰색으로 적었다.    

 R씨는 범행 후 2㎞ 가량 떨어진 곳에 미리 주차해 둔 렌트카를 타고 도주했고, 이튿날인 이달 2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차량사업소 측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100여대를 분석해 R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으며,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R씨가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20여일 후 인천공항을 경유한다는 첩보를 알아내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조사 결과, 동반 입국한 여자친구와는 무관한 R씨의 단독 범행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R씨는 마약이나 술을 하지는 않았다.

 R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그라피티에 관심이 많았는데 여자친구와 처음 한국으로 여행 왔다가 충동적으로 범행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피해 차량사업소 측은 사건 발생 후 경비 강화를 위해 초소 2곳을 새로 설치하고 심야 근무자를 고정 배치했다. 

 최근 몇년간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전동차나 빌딩의 벽면에 몰래 낙서하고 달아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소유자 허락없이 행해지는 그라피티는 명백한 불법 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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