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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평양과기대, 김정은 정권에 대미 지렛대 제공"

등록 2017.05.30 09: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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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17.05.28.(출처=조선중앙TV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17.05.28.(출처=조선중앙TV캡쳐)  [email protected]

지난 달 억류된 미 시민권자 2명도 이곳에서 근무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북한의 수도 평양에는 약 100㎡ 이상의 땅에 지어진 평양과학기술대학교가 있다.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는 빨간 글씨체로 “장군 김정은”이라고 찬양하는 글이 새겨져 있고, 강의실에는 김정일과 김일성 초상화가 걸려 있다.

 종교를 금지하는 북한이지만 이 학교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이 7년 전에 설립한 이 학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거래 덕분에 지금까지 번창하고 있다. 또 북한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이 북한의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엘리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 농업, 국제금융관리 등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고 있으며 교사들의 절반은 미국인이고 종교적 설교는 금지돼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이 학교가 엘리트 교육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에 '지렛대(leverage)'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북한 당국은 이 학교의 자원봉사자들 2명을 억류했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시민권자들이다. 이 대학의 박찬모 총장은 지난달 억류된 미 시민권자들이 이른바 "적대행위" 기소됐다고 말했다.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들은 평양과 워싱턴간 대립에서 효과적인 협상카드가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불안정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미 시민권자들을 통해서 김정은 정권이 미국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일부 비판자들은 이 학교가 인권을 유린하고 핵무기를 가지고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독재 정권의 미래 엘리트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반미주의자들은 이 학교가 미래의 해커들을 교육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첩보활동을 위해 지난 2011년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언론인 김숙이씨는  "(김정은) 정권과 돈이나 정보 등으로 타협하지 않고서는 북한에서 (학교를)운영할 수 없고 그런 타협이 존재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 없이, 거기에는 우리가 없다(Without You, There Is No Us)"는 제목으로 경험담을 쓰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타협은 캠퍼스 내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 학생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를 부르며 카페테리아로 행진한다. 수업자료는 북한 당국에 의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국은 캠퍼스에 직원들을 상주시켜 외국인 교수들이 학교 밖으로 나갈 때는 반드시 그들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외국인 교수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교사들은 그들이 말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고, 학생들은 외국인 교수들이 그 어떤 체제 전복적인 발언을 하는지를 보고해야 한다. 한 교수는 성경책을 한 학생에게 주려고 하다가 결국 추방됐다.

 이 대학에서 김 위원장 일가의 기념비와 국가 선전은 "의무적"이고 "일반적"이라는 게 북한 당국의 설명이다.

 이 곳에는 10여개 국가에서 온 약 90명의 외국인 봉사자들이 있다. 북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미래의 북한 지도자를 교육하는 것이며 그들에게 국제적 사고방식을 가르쳐 일류국가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억류된 미 시민권자 김상덕도 이 곳에서 토니 김이라는 이름으로 회계 분야를 가르쳤다. 그는 북한의 북동부 지역을 자주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해주고, 최근에는 2만여명의 이재민에게 모포를 제공하기도 했다.

 다른 억류자 김학송은 교회 목사로 이 학교 캠퍼스 내에서 실험 농장을 감독했다. 그는 중국에서 한달에 한번 북한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북한을 떠나려고 하다가 억류됐다. 북한 당국은 이들이 억류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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