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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어느날 백신 공급이 중단된다면…

등록 2017.06.01 14:32:57수정 2017.06.07 19: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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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어느날 백신 공급이 중단된다면…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2개월때 접종했던 테트락심 백신을 4개월차에도 접종해야 하는데 동네 소아과에는 없다고 합니다. 교차 접종 된다고는 하지만 불안하네요."

 최근 인터넷 맘카페에는 '테트락심(DTaP-IPV)' 백신을 구하지 못해 불안해 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테트락심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등 4가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영유아들이 필수적으로 접종하는 백신.

 이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테트락심 백신을 공급하는 사노피-파스퇴르가 백신 생산량을 줄이면서 타격을 받았다. 사노피는 기존 백신에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hib)을 추가한 5가 백신 펜탁심을 새로 내놓았다. 기존 백신은 생산량을 줄였다. 여기에 국제 수요가 급증하자 백신 대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과도한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역별 잔여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백신 품귀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생아들이 필수적으로 맞는 결핵 예방백신 BCG백신도 자주 품귀 현상을 빚는다. BCG는 전량 덴마크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공급사의 사정에 따라 품귀현상이 빚어진다. 수입에 절대 의존하는 구조여서 외국 제약사의 공급 정책이나, 내부 사정에 따라 백신 수급이 춤을 춘다.

 백신 품귀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산화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된 21종 백신 가운데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인플루엔자, 수두 등 5종으로 자급률이 23.8%에 불과하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80% 가까이를 해외 제약사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허가돼 접종되는 백신 28종으로 따져보면 국내 기술로 개발된 백신은 13종으로 국산 백신 자급률은 46%로 조금 더 높다.

 참 초라하다.  

 백신 자급률이 낮은 것은 '낮은 시장성' 때문이다. 개발이 까다로운 데다 성공한다 해도 돈이 안되다 보니 국내 제약사들 대부분이 백신 개발을 꺼리고 있다.

 안정적인 백신 공급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백신 주권'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신종플루와 같은 전세계적인 감염병이 강타할 경우 백신을 얼마냐 확보하느냐에 따라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 어느날 갑자기 신종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 했는데 관련 백신을 생산한 업체가 우리나라에 백신 공급을 하지 않는다면 끔직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낮은 시장성 때문에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국가가 나서는 것이 순서다.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메리트시스템을 부여하거나, 정부가 책임지고 '비시장적 접근'을 통한 지원을 펼치는 것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지구촌 시대에 자칫 국민 목숨을 외국기업의 아량과 배려에만 의존했다간 국가적 재앙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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