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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정의를 독점할 수 없다"···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등록 2017.07.19 11: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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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정의를 독점할 수 없다"···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젊은 판사들의 장래 희망이 '공보담당판사→법원행정처 심의관→고등법원 부장판사→법원행정처 차장→대법관'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정상이 아니다. 법원행정처, 대법관을 목표로 재판하는 판사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중앙집권적인 관료사법을 수술하는 것은 검찰개혁과 함께 진행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190~191쪽)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이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를 냈다. 새로운 대법원장 취임을 앞두고 개혁을 시도했던 과거의 대법원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묵직한 통찰을 전해주는 책이다.

핵심을 꿰뚫는 '송곳' 같은 칼럼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는 치열한 법정공방을 엄정한 잣대로 심판하는 법원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한다.

비록 좌절로 끝났지만 이용훈 대법원장 재임 시기(이용훈 코트·2005~2011년)에는 40대 여성 대법관(김영란), 진보 사법의 아이콘(박시환·전수안), 노동법 전문가(김지형), 법원 내 재야인사(이홍훈) 등 소위 독수리 5남매가 치열한 논쟁을 이끌며 정의의 법정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토론의 대상은 정부 국책사업부터 검찰 수사, 재벌 문제, 노동사건, 국가보안법, 언론보도, 긴급조치까지 종횡무진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는 그 어느 시기보다 많은 반박과 재반박, 재재반박의 논쟁 흔적들이 남아 있다.

저자는 이를 밝히기 위해 판결문을 샅샅이 뒤지는가 하면,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당시의 대법관들, 주변의 판검사들을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10여차례 인터뷰했다.

"정의는 법 논리와 법 감정, 머리와 가슴 사이에 있다. 맥락을 끊어낸 법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법이 형식논리의 포로가 된다면 기득권의 편법과 탈법, 불법을 눈감아주는 결과를 낳는 것 아닌가. 재벌 사건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벌이는 화려한 법 논리의 향연은 돈 없고 힘없는 시민들의 박탈감만 더할 뿐이다. 집행유예로 빠져나가는 재벌 회장들의 휠체어만큼 사법 신뢰를 위협하는 것은 없다."(354~355쪽)

"시스템을 재설정(reset)해야 할 때다. 사법부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 검찰 개혁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 한 말을 빌리자면 -'사상누각'이거나 '환상의 집'일 뿐이다. "법률가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발명된 직업이다." 이 말은 "법률가는 인권을 지키고 시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이다" 로 수정되어야 한다."(471쪽)

저자는 "그 누구도 정의를 독점할 수 없다"며 "법원이 판결한 이상 그 결론이 어떠하든 따라야 한다는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판사들도 정의를 선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이 왜 정의인지 설명하고 논증해야 한다. 법원이, 판사들이 독점한 정의는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독점만큼이나 위험하다. 대법원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절차적 정의요, 이 시대의 정의다." 488쪽, 창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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