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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한은 물가 목표에 영향 줄까?

등록 2017.07.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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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한은 물가 목표에 영향 줄까?

물가 상승 얼마나···전문가 "최소 0.1% 이상"
"인플레 상승, 한은 매파적 스탠스 강화시킬 것"
"내수 둔화 가능성도 있어 상황 좀 더 지켜봐야"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16.4%) 오른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최저 임금인상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금리인상 깜빡이를 켠 한은 통화정책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 숙박업 등 외식이나 일부 서비스 업종은 최저 임금의 적용을 받는 분야가 많아 물가 오름세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대비 16.4% 오르는 수치로,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오른 것은 2007년 12.3% 이후 처음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정책 공약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린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최저 임금이 빠른 속도로 오르게 되면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인건비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판매 상품 가격을 올리게 되면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건비가 상승하게 되면 사용자 측 입장에서 가격의 전가로 이어질 수 있어 물가에 부담을 주게 된다"며 "물가가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물가는 약 0.2~0.4% 상승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적용하면 0.32%에서 최대 0.65%까지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KB증권 김상훈 수석연구원은 "단순 계산해도 물가상승률 0.1% 정도는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파급해서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하면 추가적인 영향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선진국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지 못하는 이유를 기술발전이나 글로벌화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임금과 소득이 크게 늘지 않아서 물가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임금이 상승하면 급격한 물가 상승은 아니지만 1.9%에서 2%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최저임금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워낙 이견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생산성을 초과하는 수준의 임금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이라며 "국제 기준에서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낮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벌화와 기술 고도화 등으로 전반적인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선 종전 이론대로 임금인상이 물가에 미칠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우리나라 경제환경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과 유사한 면이 많아 자칫하면 일본 처럼 저성장 저물가가 고착화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의 경제 개혁 조치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비슷한 것도 생산인구 감소와 낮은 가계소득, 높은 부채 등 비슷한 고민이 많은 배경 때문이다.  

최저 임금인상발 물가 상승 압력은 긴축 깜빡이를 켠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0%를 한참 밑돌면 통화정책을 바꿀 명분이 약하고, 반대로 크게 웃돌면 물가 안정을 내세워 양적 완화를 축소할 근거가 커지게 된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7월 경제전망에서 최저임금의 두자릿수 인상을 감안하고도 내년도 물가상승률을 올해와 같은 1.9%로 전망한 바 있다.

문홍철 연구원은 "임금인상 이상으로 내수가 회복되고 실질성장을 이끌어내야 물가 상승의 비용이 상쇄된다"며 "인플레이션 상승은 한국은행의 매파적 스탠스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연구원은 "최저임금 상승이 물가를 상승 시키는 요인이지만 영세 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아 내수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은 반대로 금리인상을 막는 요인"이라며 "양 방향이 다 열려있기 때문에 최저 임금인상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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