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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외유 소동 끝낸 충북도의회 남은 1년도 가시밭길

등록 2017.07.23 14:11:37수정 2017.07.23 14: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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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23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한 도민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는 김학철 충북도의원에게 오물을 투척하려 하고 있다.2017.07.23. bclee@newsis.com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23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한 도민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는 김학철 충북도의원에게 오물을 투척하려 하고 있다.2017.07.23.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충북도의회의 유례 없는 유럽 외유 소동이 닷새 만에 막을 내렸다. 싸늘히 등 돌린 민심에 도의회의 남은 임기 1년도 험로가 예상된다.

 충북 중남부 지역 최악 수해를 뒤로 하고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행정문화위원회 유럽 연수단은 22일 모두 돌아왔다.

 지난 15~16일 300㎜ 이상의 집중호우 수해 복구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외유성 연수에 나선 4명의 도의원은 국민적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자유한국당 박봉순(청주8)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1) 의원은 지역구에 적잖은 수해가 있는데도 연수 참여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비난이 들끓었다. 

 이번 유럽 연수단에 대한 비판은 인천공항 출국 직전부터 공론화했다.

 언론의 취재는 같은 날 오전 시작됐고,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부터 비판 기사가 올라왔지만 그들은 프랑스 파리행 항공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20일 조기 귀국해 기자들 앞에 선 박봉순 의원은 "비행기가 이륙한 직후부터 아차 싶었다"고 털어놨다. 최 의원과 함께 돌아온 그는 수해 현장에서 속죄의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면서 현지에 이틀을 더 머문 김학철(충주1) 의원과 박한범(옥천1) 의원, 수행 공무원 등 6명은 22일 늦은 오후 귀국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크고 작은 지역 현안을 뒤로 하고 국외 연수에 나서는 지방의회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때마다 여론에 뭇매를 맞지만, 이번에는 수십년 만에 처음 있는 대형 수해라는 점에서 비난 수위가 높았다.

 특히 행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학철(충주1) 의원이 자신들의 국외 연수를 비판하는 국민을 '레밍'(들쥐)에 비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레밍 신드롬을 (기자에게)설명하다 그런 표현을 한 것"이라면서 "절대 국민을 레밍에 빗대거나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억울해했다. 그러면서도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인정한 뒤 "책임질 방법을 생각해 뒀다"고 밝혔다.

 도의회의 이번 물난리 중 '배짱연수' 논란 때문에 지방의회 국외 연수 제도 폐지론도 대두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들에게 연 1회 선진지 국외 연수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문위는 지난해 국외 연수 예산과 올해분을 모아 유럽 연수 일정을 짰다.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출발 계획을 세웠다가 가축전염병 발생과 조기 대선 때문에 연기하기도 했다.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23일 수해 중 유럽 연수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충북도의회 김학철 의원과 박한범 의원(왼쪽부터)이 충북도청 대회의실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2017.07.23.  bclee@newsis.com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23일 수해 중 유럽 연수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충북도의회 김학철 의원과 박한범 의원(왼쪽부터)이 충북도청 대회의실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2017.07.23.   [email protected]

김 의원 레밍 발언의 촉매로 작용한 '외유' 논란은 지방의원 국외 연수 제도 시행 내내 계속된 화두다. 그는 시기적 부적절성은 인정하면서도 외유 시각에 대해서는 여전히 발끈하는 태도를 보였다.

 "선진국 관광 정책을 보고 배워 행정에 접목하기 위한 것"이라는 항변이었지만, 지방의회의 부적절한 국외 연수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의 초강력 처벌도 화제였다. 자유한국당은 김 의원 등 3명의 의원 전원에 대한 제명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이며 민주당도 추미애 당대표가 조기 귀국을 고려한 '정상 참작' 의지를 밝혔으나 비슷한 수위의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제명은 당의 복당 조치가 있을 때까지 재입당할 수 없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번 배짱연수에 참여한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처지다.

 특히 이번 사태로 제명당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가 이끄는 도 집행부 견제와 감시 활동에 왕성한 의욕을 보여온 당내 '에이스'들이다. 무더기 제명 조치로 자유한국당의 대 집행부 견제 동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도의회는 금명간 이번 수해 중 국외 연수 강행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김양희(청주2) 의장은 "조만간 도의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사죄하는 한편 십시일반 모은 수해복구 성금도 기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연수 참여 의원들에 대한 사퇴 압박은 지속될 전망이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4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연대회의는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폭우 피해 주민의 아픔은 외면하고 관광일색의 일정으로 채워진 해외연수와 막말로 전국적인 비난을 받았다"며 "도민 대표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즉각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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