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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홍콩 거점 통해 국제제재 비켜가···선박 소유 세탁" FT

등록 2017.09.12 17: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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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연회장에서 핵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한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2017.09.10.(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연회장에서 핵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한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2017.09.10.(사진=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북한이 중국인 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홍콩내 선박 회사들을 통해 상품 교역에 이용되는 자국 선박의 국기를 자주 교체하고 선박 소유권도 옮기는 등 혼선을 부채질해 대북 제재의 칼날을 피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싱턴에 있는 미국의 안보연구기관인 C4ADS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248개 회사 가운데 160개가 홍콩에 등록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콩에서는 한 사람 명의로 소형 해운사 여러 곳을 등록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러한 의혹을 받는 홍콩의 소형 해운사가 유니언링크 인터내셔널(Union Link International)이다. 이 회사 소속의 선박들은 중국, 탄자니아, 팔라우, 니우에, 북한 등 다양한 나라의 국기를 단 선박을 운용하고 있다. ‘돌핀26호’는 이 가운데 북한의 국기를 달고 있으며, 이 선박은 국제사회가 쳐놓은 제재 그물망을 북한이 우회하기 위해 구축한 광범위한 네트워크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FT는 전했다.

FT는 돌핀 26호를 비롯해 북한과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선박 수백여 대를 홍콩에 있는 기업들이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해운사 일부는 북한인들이 실질적으로 운영(operated)하고 있으며, 중국 국적자들이 그 배후에 있다(most are backed by Chinese nationals)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해운 회사들은 선박의 실질소유권(Beneficial ownership)을 감추기 위해 ▲편의취적국(便宜取籍國·Flags of Convenience)’ 제도를 활용하거나 ▲쉘컴퍼니(shell companies)와 위장회사(front companies)에 이 선박을 등록하거나 ▲여러 중간단계를 거치는 수법을 사용해왔다. 쉘 컴퍼니는 기존 회사의 외형은 그대로 둔 채 영업양수나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사업목적을 추가하거나 변경해 성격 자체를 바꾼 기업을 뜻한다.

C4ADS의 이러한 지적은 북한이 자국 선박의 국적을 위장하기 위해 ‘편의 취적국 제도’를  악용해왔으며, 홍콩 등지에서 쉘 컴퍼니나 위장회사들을 이용해 이들 선박의 소유권을 자주 바꿔 국제사회의 제재 그물망을 회피해 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편의 취적국 제도는 배를 소유한 선주가 파나마나 라이베리아를 비롯해 세금이 저렴한 제3국에 서류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선박을 등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선박·해운·조선업계 등은 세금 부담을 줄이고, 인건비 등을 경감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제도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FT는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는 선박으로 홍콩의 해운사인 유니언링크 소속의 ‘돌핀26호’를 꼽았다. 이 선박의 소유주는 그동안 6차례 바뀌었으며, 선박명도 지난 8년간 3차례 개명됐다. 이 선박이 내건 소속 국가의 국기도 지난 5년간 4차례 교체됐다고 신문은 해양 데이터베이스인 이퀘시스(Equasis)를 인용해 전했다.

유니언링크가 운영 중인 또 다른 선박인 ‘오리엔털 레이디(The Oriental Lady)’도 돌핀26호와 유사한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선박은 지난 2003년 이후 6차례 국기를 교체했으며, 이 중 2차례는 북한 국기로 바꿨다. 또 다른 선박인 즈후이호도 지난 2006년 이후 북한 국기를 4차례 사용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선박의 국기가 자주 교체되고, 쉘 컴퍼니간 선박 소유권도 이전돼 해운회사들의 배후에 있는 인물들의 활동을 추적하거나, 이러한 활동의 유형을 찾아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또 이들 기업은 대가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secretarial companies)와 홍콩내 주소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에 부동산이 없는 쉘컴퍼니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FT는 전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북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란드 연구원은 “북한의 국기는 (여러 국가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면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의 국기를 내건 배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쇠한 북한 선박들이 무역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VOA는 지난 3월25일자에서 북한 선박인 돌핀26호와 제시카 호등이 선박을 제 3국에 등록하는 `편의치적' 방식으로, 피지 깃발을 달고 운영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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