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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바리톤 이응광×피아니스트 한상일 '떨리는 눈물'

등록 2017.09.18 19:04:50수정 2017.11.14 1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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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한상일 & 바리톤 이응광. 2017.09.18.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한상일 & 바리톤 이응광. 2017.09.18.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가곡 리사이틀은 성악가와 반주자에게 기본이면서도 어려운 무대로 통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는 물론 화려한 의상과 연출이 없어 두 사람이 오롯이 서로를 의지해야 한다. 각자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바리톤 이응광(36)이 피아니스트 한상일(34)과 함께 펼치는 가곡 리사이틀 '떨리는 눈물'(A tear trembles)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협연이 처음인 두 사람은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 23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오른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응광은 "상일 씨와 곡의 템포 하나하나까지 함께 해석해나가고 있다"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부분은 지키되 우리만의 해석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각자의 색깔이 너무 강해요. 그 속에서 맞춰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흥미로워요."

두 사람은 각자 해외 스케줄 등으로 떨어져 있는 2개월 여 동안에도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 결과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3개의 소네트, 차이콥스키의 떨리는 눈물, 라흐마니노프의 얼마나 평화로운가 등으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피아노 악기 특성상 혼자 연주해온 일이 잦았던 한상일은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텍스트가 없는 악보를 봐오다 텍스트가 있는 악보에서는 다른 식으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 재미가 있더라"고 즐거워했다.

"피아노 반주만 함께 하는 가곡은 간결하고 단순한 대신 곡의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어요. 더 이해할 수 있게 자연스럽게 음악을 드러내는 거죠. 아티스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나타날 겁니다. 그러니 피아노도 같이 노래를 해야죠."

【서울=뉴시스】 이응광, 바리톤. 2017.09.18.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응광, 바리톤. 2017.09.18.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email protected]

이응광은 고향 김천에서 유명했다. 학창시절 라디오헤드와 너바나의 노래를 즐겨 연주하던 록 밴드와 성가대를 오가던 그는 성악 레슨 1년 반 만에 서울대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해 주변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후 콩쿠르를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알렉산더 지라르디 국제 콩쿠르,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 콩쿠르, 에른스트 해플리거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성악가로 데뷔했다. 바젤 오페라 극장 전속 가수로 캐스팅되며 본격적으로 유럽 무대 스타가 됐다.

'예프게니 오네긴' '레나토' '리골레토' '피가로의 결혼' 등에서 강렬함을 뽐내온 덕분에 이응광은 드라마틱한 바리톤으로 인식돼 있으나 사실 그는 서정적인 목소리와 감성의 소유자다.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풍부한 선율과 대담한 화성 등으로 표현한 말러, 리스트,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가곡이 그와 어울리는 이유다. 다채로운 목소리의 결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3년 동안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에게 틈 날 때마다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한상일, 피아니스트. 2017.09.18.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한상일, 피아니스트. 2017.09.18.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email protected]

이응광은 "선생님이 공연 초연을 하는 날인데도 대기실에서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면서 "대기실에 (거장 지휘자인) 바렌보임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놀라기도 했다"고 웃었다.

"연광철 선생님을 뵐 때마다 삶 속에서 노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느껴지죠. 덕분에 항상 제가 깨져요. 저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이 기본에 불과하다는 걸 느끼거든요."

한예종과 독일의 뉘른베르크 음악대학에서 공부한 한상일은 2005년 처음 도전한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다양한 연주의 결로 마치 오케스트라를 연상 시킨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2011년 세계적 권위인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마지막 12명의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로부터 '본인만의 뚜렷한 개성 있는 소리를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받았다.

한상일은 해가 지날수록 무대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고 했다. 그는 "연주자는 스스로 만족하는 연주를 하기 힘들어요. 그런 과정을 계속 겪으며 단단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백건우 선생님처럼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부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죠."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한상일 & 바리톤 이응광. 2017.09.18.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한상일 & 바리톤 이응광. 2017.09.18. (사진 =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email protected]

이응광 역시 "음악은 공부하고 접할수록 자연스럽게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하고 주목을 받으니 그 때는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저에 대한 만족감도 있었고요. 근데 점점 깊게 공부하다보니까 정말 어려운 거예요. 그러니 더 겸손해질 수 밖에요."

그러므로 한상일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베토벤, 브람스, 모차르트의 후기 작품들은 당연히 원숙함이 묻어나요. 근데 초창기 작품들은 저희가 듣기에는 대단하지만 스스로는 설익었다고 생각하실 수 있죠. 근데 그것이 악보로 남겨져 있죠."

한상일은 작곡가 당시의 삶이 음표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신들이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음표들이 바로 본인들의 지금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셈이다.

클래식음악이 일부에서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순간에도 이응광과 한상일이 순수함을 보여줄 수 있는 이번 공연에 잡념을 버리고 집중하는 이유다. 두 사람은 "일시적인 명예,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경제적인 이득보다 롱런하며 귀감이 될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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