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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후 남은 혈액 빼돌린 대학병원 직원 '집행유예'

등록 2017.09.20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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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김도란 기자 = 검사 후 남은 혈액을 빼돌려 자신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진단키트 제조업체에 제공한 대학병원 직원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1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폐기물관리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진단검사의학과 소속 의료기사 A(5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50)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또 A씨와 B씨가 다니던 병원 의료법인에도 관리책임을 물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병원에서 외래채혈실, 혈액은행, 분자생물 등 10개 파트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팀장이었다. B씨는 분자생물 파트에서 인플루엔자 등 진단검사를 위해 채혈된 혈액을 검사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했다.

 A씨는 2013년 고등학교 후배가 운영하는 진단키트 개발업체 유상증자에 참여, 4900여만원을 주고 주식 462주를 샀다. 2015년에도 3000만원을 주고 이 업체의 해외법인의 주식 16만7764주를 사들였다.

 A씨는 2014년 이 업체로부터 진단키트 개발에 필요한 혈액 샘플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고, B씨를 시켜 검사가 끝난 혈액을 냉동했다 매월 100~120개씩 업체 관계자에게 넘겼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A씨와 B씨가 빼돌린 혈액은 약 4000개로 조사됐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지정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혈액을 무단으로 반출해 횡령함과 동시에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했다"며 "피고인들의 범행내용과 수법, 무단 반출한 혈액의 규모 등에 비춰 죄질과 범정이 무겁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반출한 혈액은 폐기물관리법이 정한 지정폐기물 처리절차에 따라 처리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재판과정에서 "반출한 혈액은 재물이 아니어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금전적 교환가치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소유자가 주관적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혈액 관리를 위해 수시로 직원 교육을 실시 하는 등 관리·감독 했다"는 의료법인 측 주장에 대해선 "피고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혈액을 외부로 무단 반출할 동안 단 한 차례도 혈액 폐기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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