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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그것이 알고싶다 '안아키'편 단상

등록 2017.11.29 10: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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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그것이 알고싶다 '안아키'편 단상



지난 1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송된 '안아키 사태의 진실-엄마는 왜 병원에 가지 않았나?' 편에 자문 인터뷰로 출연했다. 이 방송은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많은 부모님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줬고 필자 역시 인터뷰 내내 착잡한 심정이었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 사태는 지난 4월경 매우 심각한 수준의 피부 병변을 가진 아이들 얼굴 사진이 SNS 상에 떠돌면서 크게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안아키' 사태는 매우 복잡한 의학적 이슈들이 실타래처럼 뒤섞여 있는 상황이라서 개별적인 이슈에 따른 정밀한 전문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일단 거시적 관점에서 짚어볼 수 있는 부분은, 이번 '안아키' 사태의 상황적 배경이자 근원적인 사회적 원인이 다름 아닌 '약물(특히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공포'라는 점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항생제 사용량은 1000명당 31.7명으로 12개국 평균치(23.7명)보다 35%나 많았다.

또한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팀은 한국의 영유아 항생제 처방 건수가 1인당 3.41건으로 가장 적은 노르웨이(0.45)의 7.6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이른바 수퍼박테리아 감염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말미암아 수퍼박테리아 출현 및 면역력 저하 그리고 성장 부진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불안한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 바로 이번 '안아키'와 같은 ‘과도하고 극단적인 자연주의’ 세력의 발흥인 것이다.

한마디로 '극단(적인 항생제 오남용 상황)이 극단(적인 안아키류의 맹목적 자연주의)을 불렀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안아키' 카페의 핵심 운영자가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개원한의사(물론 지난 5월 대한한의사협회는 해당 한의사에 대해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라는 점 때문에, '현대 한의학'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낭설 역시 가짜 뉴스의 형태로 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의 한의학 교과서나 한의학 논문 그리고 한의학 문헌들 그 어디에서도 '안아키'와 같은 ‘과도하고 극단적인 자연주의’를 뒷받침하거나 옹호한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를 결코 발견할 수 없다.

[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그것이 알고싶다 '안아키'편 단상


의학적 표준과 통계적 근거 및 보건학적 상식과 보편적 전문성에 입각한 ‘합리적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많은 현대 한의사들이 꽤 오래전부터 '안아키'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내부적으로 지적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크게 불거지게 돼 많은 국민들에게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현대 한의학이 지향하는 ‘합리적 자연주의'는 보편성과 객관성, 그리고 과학성과 건전한 상식에 기반하고 있다. 합리적 자연주의는 '안아키' 류의 기기묘묘함이나 신비주의 및 위험하거나 과도한 불편 감수를 매우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정한 질병 자체만을 바라보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허락하고 있는 어린이의 근본적인 체질적 허약함이나 면역학적 불균형에 보다 많은 포커스를 맞춰서 치료에 임한다는 것이 현대 한의학과 합리적 자연주의가 가지고 있는 소아과 치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병(未病) 상태, 즉 아직까지 질병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방심하면 언제든지 질병 단계로 이행될 수 있는 불안한 상태에 개입해, 질병으로 이행될 가능성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는 한약 처방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현대 한의학과 합리적 자연주의가 갖는 소아 치료에 있어서의 커다란 장점이다.

향후 '안아키'와 같은 어이없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시민 건강 교육에 한의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 한의학의 발전된 과학적 면모를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미디어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아직도 민간요법 수준으로 폄훼되거나 오해되고 있는 현대 한의학의 세계적인 과학적 연구 성과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한방소아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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