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남북회담 경험자에게 듣는다①-下] 박지원 "김정일, 미군 있어야 동북아 균형 이뤄진다 말해"

등록 2018.04.24 11:26:48수정 2018.04.24 16:09:3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미군 철수 주장하는 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북한, 실제 만나면 굉장히 솔직하고 개방적"

"北, 신뢰 없이 비핵화하면 美가 죽일거라 생각"

"北 핵보유국 인정해주면 비핵화 문제 풀 수 있어"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4.23.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근홍 김난영 기자 = 김대중 정부시절인 2000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전남 목포시·4선)은 "1차 정상회담 때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중국, 러시아, 일본 이 3국을 굉장히 불신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그래서 북한은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을 해야 동북아 세력의 균형이 이뤄진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그는 "김 위원장은 중·러·일 3국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를 병탄하고 호시탐탐 침략을 노렸지만 미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며 "이에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놀라 그럼 왜 평소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냐고 물으니 김 위원장이 '그건 정치적인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더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제가 같은 해 8월15일 우리 언론사 사장단과 평양을 방문했을 때 DJ가 미군 문제를 다시 물어보라고 지시했다"며 "그때 김 위원장과 두시간 반동안 독대를 했는데 지난번 미군 주둔 허락을 얘기한 게 진짜냐고 물으니 똑같이 답을 하더라. 결국 중국을 못 믿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을 보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정권이 외교 만큼은 정말 잘한다.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을 등돌리게 하면서 먹고 살았고, 지금 김정은도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며 "김 위원장 말 한마디에 한·미·중·일이 모두 춤을 추고 있다. 허를 찌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언론을 통해 접했던 북한과 회담에서 실제 만난 북한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내부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북한의 특징으로 꼽았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4.23.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 의원은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 긴장완화에 합의를 했는데 이후 진전이 없어서 제가 8월15일 방북 때 이 얘기를 꺼냈다"며 "그러자 (북한 관계자가)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싶은데 (남한의) 주민등록 컴퓨터 시스템 같은게 갖춰져 있지 않아 생사나 위치 파악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하더라도 (주민들을) 절대 한국에는 못보내겠다고 했는데 이유가 한국에 다녀온 사람들이 가족과 친구 등을 통해 '남한이 잘산다'는 얘길하고 다니고 심지어 공무원 사이에도 이런 얘기가 퍼졌기 때문"이라며 "결국 한국에는 보낼 수 없고 북한에서 판문각에서 하자는 요구 끝에 제가 제안해서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했다"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또 북한에서 만난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우리 공화국 간부들은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잘사는 것만 보여주는데 장관선생(박 의원)은 못사는 것도 좀 보고 다니라'고 했다"며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보낸 종합비료가 있었는데 이 비료가 쌀보다 좋다며 계속 좀 도와달라고 했다.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 보면 굉장히 솔직하고 개방적"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한 뒤 김 위원장과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박 의원은 "예전에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났을 때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하니 그가 '카다피와 후세인 사례를 보라. 미국을 믿고 비핵화를 했다가 다 죽지 않았나'라고 하더라"며 "(신뢰 관계 구축 없이) 비핵화를 하면 미국이 당장 들어와서 자신들을 죽일 것이라는 게 최근까지 북한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4.23.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는 "결국 현실적으로 비핵화를 이뤄내려면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면서 김 위원장의 체면과 자존심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며 "김 위원장은 아버지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파격적이다. 이는 자신이 핵보유 국가의 최고 지도자라는 자신감에서부터 나오는 태도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박 의원은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해주고 우리는 비핵화를 하면 된다. 세일즈맨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것을 손익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적 재앙이 될 수 있는 북핵 개발을 중단시키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없애고 핵확산·핵수출까지 금지시키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