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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연연말라"…LG아트센터 세우고 '달의 저편'으로 떠난 구본무

등록 2018.05.21 08: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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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르파주 '달의 저편'

로베르 르파주 '달의 저편'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무대 위 마법사'의 관능적 무대, 캐나다의 천재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71)의 대표작 '달의 저편'은 무대로 시를 썼다.빨래방에 놓인 세탁기 문이 우주선의 문으로 순식간에 탈바꿈하는 등 환상적인 순간들이 존재한다.

 15년 만인 16~19일 LG아트센터를 통해 한국 무대에 올랐는데, 낡았다는 느낌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형식뿐 아니다. 다층적인 이야기가 하나의 메시지로 승화되는 내용은 또 어떤가. 성격과 가치관이 서로 다른 두 형제의 대립이 달 탐사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벌인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 역사와 중첩된다. 공연의 클래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LG아트센터는 웰메이드 작품으로 우리나라 공연계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의 저편' 공연이 끝나고 이튿날인 20일 별세한 구본무(1945~2018) LG그룹 회장의 의지로 세워진 공연장이다.

1103석 규모로 공사비 620억원을 들여 2000년 3월 개관했다. 당시 "흥행에 연연하지 말고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예술 공연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한 구 회장의 말은 여전히 회자된다.

LG아트센터 공연장

LG아트센터 공연장

LG아트센터가 민간 공연장임에도 국공립 공연장 같은 구실을 해 온 이유다. 르파주 말고도 피나 바우슈, 레프 도진, 피터 브룩, 매튜 본 등 세계적인 공연 거장들의 작품이 이곳을 통해 소개됐다. 서재형, 이자람, 양정웅, 정영두, 고선웅, 김선욱 등 국내 예술가 양성에도 힘썼다. 

상업성을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수준 높은 공연의 희귀성으로 흥행에 성공해왔다. 초대권 폐지 같은 선진적인 정책을 내세울 수 있었던 자신감의 근거다.

공연장의 사회적 책임에도 힘써왔다.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LG 나는 배우다' 'LG 꿈꾸는 프로듀서' 등을 열었다.

구 회장의 흔적은 그가 떠난 후에도 계속 남아 있을 듯하다. 역삼동 LG아트센터는 2021년 마곡으로 옮긴다. 새 건물의 설계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77)가 맡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 회장이 직접 세계적 건축가들을 물색한 끝에 그를 낙점했다. 새로 세워지는 LG아트센터에는 1500석 이상의 공연장과 300석 가량의 소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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