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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간첩의 아들·사위로 찍혀 회사 사직…배상하라"

등록 2018.08.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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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불법체포·구금돼 '남매간첩단' 몰려

그 아들과 사위, 회사서 배제·압박 받고 사직

대법, 2심 파기하고 아들·사위 재산손해 인정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18.07.31.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18.07.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1980년대 불법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한 후 간첩으로 몰린 '남매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낙인이 찍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된 그 아들과 사위에게도 재산상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나모씨 남매와 그 가족 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일부 원고 패소한 부분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남매를 검거했다고 발표하면서 다수 언론에서 이름과 얼굴을 모두 공개하고 이들이 고정간첩이라는 내용을 중요 사건으로 여러 차례 반복해 보도했다"며 "당시 누나 나씨의 아들과 사위는 대대적인 언론보도로 기존에 직장에서 하던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아들과 사위는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사직하라는 압박을 받아왔고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며 "회사를 사직하고 정권이 바뀐 후에도 남북한이 대치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고정간첩의 아들·사위라는 사실과 회사 거래정보를 유출한 사람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직업생활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의 불법행위와 이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학력·경력에 상응하는 수입을 얻지 못한 재산상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며 "그 아들과 사위의 재산상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씨 남매는 지난 1981년 3월 경찰에 불법체포·구금된 후 구타와 전기고문,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고 간첩·간첩방조·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법원은 누나인 나씨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동생 나씨에게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확정했고 이후 복역을 하다가 1988년 가석방 출소했다.

 그런데 누나 나씨의 아들 정모씨와 사위인 김모씨는 이 사건으로 각각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게 됐다. 당시 동생 나씨의 혐의에 이들 회사의 거래업체 회사 명단을 입수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김씨로부터 그 정보를 입수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남매는 2012년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불법체포·구금과 수사관들의 폭행·협박·고문에 따른 강압으로 이뤄진 진술을 인정할 수 없다며 2014년 남매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1심은 남매가 불법체포·구금과 반인권적인 고문, 가혹행위를 받았고 허위 진술로 유죄가 선고돼 동생은 2828일, 누나는 2654일간 구금돼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누나 나씨의 아들과 사위가 회사를 사직하게 되고 이후 고정간첩의 아들·사위라는 낙인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재산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2심은 그 아들과 사위가 해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사직한 것으로 보이고 회사가 사직에 관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경찰의 불법행위와 사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달리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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